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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2017-12-04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한 생명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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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견에 조금이나마 관심 있는 이들은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한 유기견 입양 권장 문구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개들이 길을 잃거나 집을 잊고 돌아가지 못하기도 하고 보호자로부터 버림을 받는 일들이 반복되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연이 안타까워 유기견을 입양하는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보호자들 또한 많이 존재한다. 유기견 입양, 정말 고맙고 대단한 결정이지만 그 결정에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새 식구와의 동거를 위한 여러 가지 타협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좋은 마음에서 하는 일을 너무 딱딱하게 끊어내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들은 내 경험이기도 하고 많은 유기견 입양의 과정을 지켜봐 온 경험자로 조심스레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아주 좋은 입양 과정도 있었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족을 이룬 가정도 많다. 그런 가족들이 더욱 많아지길 염원하는 뜻에서 조심스레 글을 적어보겠다.
    12년 전 펫샵에서 미용사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이다. 그 때는 지금보다 반려동물의 개념이 아닌 강아지를 취미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었다. 하루에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10마리 남짓 하는 강아지들이 버려지고 다시 분양되는 이들이 반복 되는 모습을 보며 어린 마음에 참 많이도 울고 웃었다. 어떤 이는 코커스파니엘종 미용을 맡기고 (그 아이의 이름은 체리였다) 미용이 끝난 후 데리러 와서는 ‘속눈썹을 기르고 있었는데 이 속눈썹을 잘랐으니 난 이 아이를 더 이상 키우지 않겠다. 다른 강아지로 바꿔 데려가겠다.’ 고 억지를 쓰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시기 즈음, 말티즈 한 마리가 일하던 펫샵에 버려졌다. 2개월령의 꼬물거리던 강아지를 분양해서 키우던 보호자가 강아지가 성견이 되며 맡아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분양을 했던 펫샵에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얼굴도 너무 예쁘고 애교 많은 성격에 신기방기 개인기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는 펫샵 직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금세 완벽 적응을 했다고 한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사랑 받고 싶구나. 그리고 의아했다. 왜, 버려야 했을까? 이 예쁜 아이를. 화도 났다. 정말 벌 받을 거라고 나쁜 말도 했었다.
    그렇게 그 녀석은 펫샵의 식구가 되었고 나는 동물병원으로 이직을 했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며 병원장님의 권유로 강아지 행동교육을 공부하게 되었다. 교육을 위해서 함께 교육을 받을 강아지가 필요했는데 그 때 이 녀석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일하던 펫샵을 찾아가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졸랐다. 착하고 똘똘하고 예쁘기까지 한 이 아이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같이 살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감과 행복감에 그 개를 데려와 집에 들어가면서 참 많이도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뿔싸. 실내생활을 함께 시작한 그 날부터 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선, 우리 쁜이(강아지의 이름은 이쁜이고 부르는 애칭이 쁜이다)는 소위 배변교육에 실패한 강아지였다. 화장실에서의 무서운 기억이 있는지 침을 흘리며 구석에서 계속 떨어대는 통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배변을 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내가 없는 시간, 공간에 소변을 질펀하게 보고는 혼날까 두려워 구석에 숨어있었다. 배변장소로 선택하는 곳은 이불, 베개, 침대 매트리스 등 청소가 불가능한 곳만 골라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집안에 혼자 머물지 못하고 지속해서 짖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우리 집에는 ‘야니’라는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이 녀석은 동거 견 또한 너그러이 봐주지 않았다. 눈에 상처가 날 때까지 물고 귀 끝에 상처를 내고 말 그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가만 두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총체적 난국을 경험했다. 그저 예쁘고 착하고 똘똘해 보여서 내가 너를 보듬어줄게, 라고 쉽게 생각하고 입양을 했던 어린 나는, 같이 일주일을 지낸 후 미안하게도 고민을 했었다. ‘다시 펫샵에 데려다 줘야 할까?’ 그렇게 고민의 시간을 갖고 많은 공부를 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수정하고 서로 타협을 위한 10년을 보냈으며 지금도 매일 공부하며 함께 지내고 있다. 지금도 우리 쁜이는 패드가 없으면 화장실 실수를 하고 쓰레기통을 호시탐탐 노리며 낯선 친구를 만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미우나 고우나 특별한 아이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앞니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꼬장꼬장 곱게 늙어가는 이 친구가 나에겐 너무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유기견 입양을 호되게 경험한 덕분에 이 경험들을 토대로 난 여러 강아지들의 행동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유기견을 입양하려 하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실적인 조언을 하곤 한다. 물론 우리 쁜이 같은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집에서 둘째로 유기견을 입양하였는데 둘째가 훨씬 점잖거나 말썽이 없는 케이스도 아주 많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유기견 입양을 계획 중인 보호자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들이다.
    우선, 유기견은 길을 잃거나 우연히 보호자를 잃은 친구들도 있지만 보호자가 먼저 강아지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 포기의 이유에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환경적, 상황적인 이유들도 많고 강아지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강아지들의 본능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 본능과 맞물리는 문제들은 배변교육, 분리불안, 짖음, 집안 어지르기, 공격성 등이다. 사람이 아닌 ‘개’라는 동물이므로 너무나도 당연한 본능의 행동들이며 어찌 보면 이런 일들을 잘 하는 개들이 야생에서는 사회의 우위를 차지하는 능력 있는 개체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므로 실내 생활을 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 형태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본능에 충실한 ‘개’의 경우 문제행동을 많이 하는 ‘문제아’로 취급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유기되는 개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렇다. 유기견 입양에 있어 명심 해야 하는 것은 많은 교육이 필요한 아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변교육의 경우 어릴 때 실패의 경험이 있고 실외 배변과 실내 배변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개들은 교육이 어린 2개월령의 강아지보다 훨씬 힘들고 고될 수 있으니 보호자의 인내와 사랑이 필요하다. 또한 어릴 때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한 사회화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 개는 무섭고 두려운 대상들이 있으면 많이 짖거나 무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혼자 집에 머무르는 것을 못하는 개체들도 많다. 그러므로 사연이 딱해서 얼굴이 예뻐서 내가 지금 외롭거나 힘들어서 ‘일단, 같이 지내보고 안되면 다시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며 유기견을 무작정 데리고 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순간의 판단이 그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자, 그럼 유기견을 입양하기 전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유기견의 성향을 파악하여 가족의 생활 패턴과 거주 장소, 가족 구성원 인원수에 맞춰 서로가 적응하여 함께 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이 짖는 성향의 개체는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기 힘들 수 있고 교육의 시간과 양이 많이 필요하므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소음에 자유로운 집에서 입양을 계획하면 좋다. 분리불안을 갖고 있는 개체의 경우 집에 늘 가족이 머무는 집이 좋다. 늘 사람이 집에 머무는 대가족의 경우 분리불안을 지닌 개가 자연스럽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의 경우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입양을 계획하면 천천히 실내배변을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와 사람 서로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으므로 분리불안이 있거나 영역을 지키는 본능이 특출한 개체를 입양하게 되면 서로가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그 개의 입양을 원한다면 보호자의 부재 시 보육을 도울 수 있는 지인이나 기관을 섭외하여 입양 계획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가족과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교육을 받거나 공부를 하며 서로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유기견 입양은 어렵지만 뜻 깊고 행복한 일이므로 계속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개와 사람 모두 노력하여야 하며 그 입양의 과정에 앞서 유기되는 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아지의 기초교육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분양 전 상담을 꼭 받아보심을 권장한다. 그리고 이 과정들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