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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의 땀과 노력에 1%의 가능성을 더한다
'한국스포츠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 전재연 센터장'

“정부가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환영 만찬에 저희를 초청해주셨어요. 한국스포츠과학원이 초대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스포츠과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한 것 같아서 감사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지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준 것 같아 큰 보람도 느꼈습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으로 이전한 한국스포츠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 전재연 센터장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수정예로 이뤄진 선수단으로 역대 최고에 버금가는 성적(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종합 8위)을 낸 이번 올림픽의 기분 좋은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얼굴이다.
그럴 만한 것이 선수들의 좋은 성적 뒤엔 한국스포츠과학원의 숨은 역할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부터 사전훈련캠프를 열었고 본 대회까지 연계해 다양한 스포츠과학 지원을 종목별로 이어갔다. 특히 사격, 양궁, 펜싱 등 금메달을 딴 종목에서의 역할이 컸다. 가상현실(VR), 로봇, 다중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훈련에 활용해 시너지를 냈다.

전재연 센터장은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 얻은 좋은 성과에 스포츠과학이 함께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전 센터장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선수로 참가해 경기에만 집중할 때는 다른 걸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는데 스포츠과학지원 역할로 참가해보니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장으로서 자부심도 느꼈지만 선수시절이 떠올라 ‘그때 더 열심히 할 걸’ 후회도 들었다고 한다. 전 센터장은 고2 때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모교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스포츠과학원 연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의 센터장이 된 건 지난 3월부터다.
센터장이 되자마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은 물론 선수와 지도자들의 땀과 노력 덕이지만 뭔가 우리의 역할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센터장으로 발령을 받자마자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둬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다.
예상 외로 좋은 성적이 나와서인지 스포츠과학지원의 역할도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도와주는 건 아주 일부분이다.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라 우리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데 함께했다는 사실이 기쁜 건 맞다. 이번 올림픽은 최소 인원이 출전했다. 그래서 밀착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 결과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잘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로 이전한 한국스포츠과학원에는 선수들의 체력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최신장비가 갖춰져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
선수당 주 2~3회 지원이 가능했다. 심리상담부터 경기 모니터링, 실시간 훈련 시 경기 영상 세팅 등 적재적소의 지원이 이뤄졌다. 지속적으로 이어진 지원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올림픽에 나간다고 갑자기 현장에 투입된 게 아니라 꾸준히 해왔던 지원에 집중한 것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진천선수촌에서의 지원이 연장되는 것이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도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집중 지원을 통해 좋은 성과가 난 종목 중 하나가 사격이다. 사격은 경기가 끝나면 총기를 반납해야 한다. 총기를 소지하면 안되기 때문에 개인연습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지도자와 협의해 방아쇠 당기는 느낌이 나는 모형 총을 개발했다. 그걸 올림픽 출전권을 딸 때부터 연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상데이터분석지원도 있었다. 사격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종목이라 훈련할 때 움직임을 영상으로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 덕에 선수들과 지도자가 동작을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었다.
이미지트레이닝에도 힘쓴 것으로 안다.
종목마다 정해진 룰이 있지만 조명이나 환경 등은 올림픽마다 다르다. 이벤트 경기를 하는 종목도 있는데 이번엔 사격 종목에서 진행했다. 이에 대비해 4월경 파리 샤토루 경기장을 직접 가 정보를 수집해왔다. 경기장 내부를 VR 공간에 구현했고 훈련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이미지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많이 지원했다. 첫 메달을 안긴 금지현 선수는 결승전이 끝나고 나오자마자 “저 이미지트레이닝 열심히 했어요”라고 하더라. 굉장히 뿌듯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지원 내용이 있다면?
사격이다. 사격은 세부 종목이 15개인데 종목마다 경기장이 다르다. 로드뷰로 각자의 경기장을 미리 볼 수 있게 해줬다.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MZ세대 선수들의 ‘초긍정멘털’도 화제였다. 스포츠과학지원의 효과인가?
나의 선수시절을 돌아보면 지금이 올림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노출이 훨씬 높다. 이런 상황이면 과거에 비해 압박감도 훨씬 클 것 같은데 거기서 자기의 몫을 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본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완수해내는 걸 보면 체계적으로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 지금은 센터장이라 직접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적지만 과거에 비해 심리상담에 대한 거부감·부담감이 낮아진 것 같긴 하다. 선수들이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와서 상담에 임한다. 상담 선생님과 라포르(공감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개인적으로도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접근성이 확실히 좋아졌다.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 같다.
성적을 떠나 올림픽에 다녀온 선수들은 모두 지원해야 한다. 목표했던 바를 못 이룬 선수들은 나름대로 상실감이 크겠지만 메달을 딴 선수들 역시 그만큼 압박감이 있고 목표 상실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리팀은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의 심리를 초기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지금은 목표를 재설정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과학지원의 현주소는 어떤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나?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지원이나 체계 기반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실을 기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한국스포츠과학원이 국가대표를 지원한 지 40년이 넘었다. 진천센터는 10년이 됐다. 양적으로는 많이 팽창했지만 조금 더 첨단시대에 맞게 스포츠과학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해나가야 할 것 같다.
첨단시대에 맞는 지원이라면?
스포츠과학지원은 체력 컨디셔닝, 심리, 기술, 영상, 데이터 등 다섯 분과로 나눠져 있다. 분과별로 나름 노하우는 많이 축적돼 있는데 이제는 하나로 결합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게 첨단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과 심리, 기술과 전술은 분리된 게 아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기술 실수가 나고, 기술이 안되고 체력이 부족하면 심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스포츠과학지원도 각 분과에서 했던 것들을 결합해 첨단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무언가를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사격이 좋은 사례가 됐다. 심리훈련이지만 VR 장비를 활용했는데 그것은 기술영상이 있어서 가능했다.
센터장으로서 어떤 소명을 갖고 있나. 다음 목표는 뭔가?
우리나라의 스포츠과학지원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할 때 1%의 가능성에 도움을 주려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현장지원과 동시에 꾸준한 연구논문을 통해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선수나 지도자들이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을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동계종목 지원에 돌입했다. 다음 목표는 2025년 2월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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