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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몸짱 경찰 달력」 최연장자 모델 박근직 경감
'몸을 만들면 마음도 자유로워진다 100세에도 보디빌딩 도전할 것'

2024년 우리나라 최고의 몸짱 경찰, 미스터 폴리스는 누구일까? 웃통을 벗어젖히고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몸짱 경찰들을 매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몸짱 경찰 달력’이다. 그해 몸짱으로 선발된 경찰들이 열두 달 모델로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덕분에 몸짱 경찰 달력은 돈 주고도 사기 어렵다.
2024년 1월 달력을 장식한 모델은 경찰대학교 생활지도계 교수인 박근직 경감이다. 20~30대 청년과 맞붙어도 뒤지지 않을 몸을 자랑하는 박 경감은 1964년생으로 올해 60세다. 박 경감은 ‘2024년 몸짱 경찰 달력’ 프로젝트의 최연장자 모델로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몸짱 경찰 달력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2019년 시작된 프로젝트로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박 경감은 2024년 달력을 위해 2023년 8월 열린 ‘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 50대 부문에서 입상했다. 이 대회에서 선발된 49명이 장식한 2024년 달력(1만 5000원)은 한 달만에 완판돼 총 1648만 원의 수익금을 남겼다. 수익금은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전달되고 학대 피해 아동의 치료와 회복, 생계지원 등에 쓰인다.
박 경감은 2023년 ‘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기 위해 5개월을 준비했다. 하루 3~5시간씩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했다. 근무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건 쉽지 않다. 교대근무가 많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어렵고 야식의 유혹도 크다. 그는 “사명감이 아니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좋은 일에 참여하면서 내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올해 6월 퇴직을 앞둔 박근직 경감은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몸짱 경찰 달력’에 최고령 모델로 참여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몸짱 경찰 달력’에 최연장자 모델로 참여했다.
원래부터 ‘몸짱’은 아니다. 술 좋아하고 담배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근무 특성상 교대가 많아 규칙적으로 먹고 자는 게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음주와 흡연으로 풀었다. 50대 초반만 해도 몸무게가 70㎏ 중후반대였다. 10여 년 전 경찰간부후보생들과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 자원봉사를 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삶을 반성하게 됐다. ‘막살지 말고 제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술과 담배를 끊었다.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보디빌딩 대회 출전만 14회를 했다고?
운동을 시작할 때 배 둘레가 41인치 정도 됐다. 복부비만이 심했다. 고혈압 같은 성인병 증상도 시작되고 있었다. 술·담배를 하는 시간에 운동을 하자는 생각으로 매일 하루 3시간씩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했다. 그런데 혼자서 운동을 하니 몸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보디빌딩 대회로 동기 부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부터 ‘미스터 폴리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기 위해 전문가에게 PT(1대1 맞춤 트레이닝)를 받기 시작했다. 체중도 76㎏에서 66㎏까지 빠졌다. 50대의 마지막인 2023년에는 어떤 대회든 꼭 우승을 하고 싶었다. 서울 지역 대회에서 다행히 50대 부문 출전자가 없어서 (웃음) 우승컵을 받았다.
‘몸짱 달력’ 모델을 뽑기 위해 2023년 제주에서 제1회 ‘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대회’가 열렸다.
미스터 폴리스 코리아 대회는 그동안 경찰관들이 자체적으로 열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모여서 대회를 열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운동하고 동영상을 제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시에는 문을 닫은 헬스장이 많았다. 혼자 대회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몸짱 경찰 달력 프로젝트 주최자인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박성용 경위는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을지 아니까 눈물이 나서 아무도 못 떨어뜨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3년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제주경찰청이 공식적으로 대회를 열어준 것이다.
2024년 달력엔 최연장자 박 경감을 필두로 40~50대 경찰관들이 동참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명륜파출소 소속 정우갑(50) 경위는 “결혼을 늦게 해 아이들이 여섯 살, 네 살, 세 살이다. 자녀를 낳으니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돼 달력 제작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박건용(55) 경위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20㎏을 감량했다. 박 경위는 “피의자 인권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피해자 인권에 대한 논의는 생각보다 적다”며 “형사과에서 현장을 뛰다 보니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했다.
경찰대학교에서 생활지도계 교수로 재직 중이다.
5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태권도, 합기도 등을 익혔다. 합기도 공인 6단이라 당시 사병들에게 특공무술을 지도하고 교관으로도 근무했다. 전역 후 경찰이 된 뒤로도 경찰서에서 호신체포술 등을 가르쳤다. 2008년에는 보디빌딩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그런데 내 몸을 너무 자신했는지 운동을 하다 어깨 부상을 입었다. 이후 10년 동안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하는 만큼 몸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에서 운동처방학을 전공했고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재활운동 강의를 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운동하는 것만큼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경찰 후배들에게 자극이 될 것 같다.
경찰대 제자였던 이준혁 경위가 2021년 모델로 참여했다. 학생 시절 나에게 강의를 듣고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몸을 준비해 대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재능기부’로 PT를 해준다. 내 몸이 좋아지니까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다. 퇴근 후에 두 시간씩 강의도 한다. 힘들어도 보람을 느낀다.
누구나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나?
일단 자기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꼭 몸을 준비시켜야 한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정리운동을 하면서 몸에 쌓인 독소를 빼줘야 한다. 경찰대에서도 학생들이 운동하다 많이 다친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 달 동안 학생들에게 유연성 운동과 코어 운동을 시켰더니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몸이 준비된 후에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또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보다 일상 속에서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운동량을 늘리는 게 좋다.
퇴임을 세 달 앞두고 있다. 감회가 어떤지?
26세에 경찰을 시작했다. 35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내 체력을 자신해서 몸을 막 쓰던 시절도 있었고 부상을 입은 후 몸을 돌보지 않고 살던 시절도 있었다. 이 모든 게 내게는 공부였다. 금주와 금연 이후에는 몸이 젊은 시절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운동으로 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니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100세에도 대회에 나가는 게 목표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푸는 박 경감의 하루는 빠르게 흘러간다. 매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거르지 않고 밀가루나 설탕, 튀김 요리는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런 음식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녹슬게 했는지잘 알기 때문이다. 몸은 정직했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졌다. 퇴직 후에는 자신과 또래인 시니어들을 위한 ‘헬스 트레이너’가 되려고 한다.
“60대에도 이렇게 몸이 가벼운데 100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몸이 가벼워지면 자유가 찾아온다. 박근직 경감은 퇴직 후 그 자유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쓸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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