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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국민권익위원회 특별제안 심사팀 박은령·변경희·양길주
'더 많은 국민제안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게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것'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대통령실 공식 누리집(withpeople.president.go.kr)에서는 ‘국민제안’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국민제안은 2022년 6월 23일 국민과의 소통을 목표로 개설된 온라인 공간이다. ‘국민 모두가 정책 제안자’라는 큰 틀 아래 국민이 정부에 의견을 제안하면 소관기관이 내용을 검토한 뒤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이때 채택되지 않은 ‘제안’은 대통령실이 다시 살핀 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책화 과제로 삼는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이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60건의 정책화 과제가 발굴됐다. 이 중 16건은 정책화됐으며 44건은 정책화 이행 중이다. 이 과정은 국민권익위원회 특별제안 심사팀(이하 특별제안 심사팀)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별제안 심사팀은 매일 접수되는 수백 건의 ‘국민 목소리’를 취합해 분석하는 등 국민제안 시스템 유지 및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법정 처리기한에 따르면 일반 민원은 14일 이내, 고충 민원은 7일 이내, 청원은 90일 이내, 국민제안은 1개월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국민제안에 답변하는 것은 소관부처의 몫이지만 특별제안 심사팀은 국민제안을 정책화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
3월 15일 ‘국민제안 우수제안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심사팀 소속 박은령 팀장, 변경희 사무관, 양길주 주무관을 만났다. 박 팀장은 심사팀 총괄을, 변 사무관은 정책화 과제 분석을, 양 주무관은 국민제안 누리집 운영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양길주 주무관과 박은령 팀장, 변경희 사무관은 매일 접수되는 수백 건의 국민제안을 살피며 국민 목소리를 전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국민제안의 취지는 무엇인가?
(박은령) 국민이 정부에 의견이나 고충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안, 민원, 청원이 있다.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대통령실 국민제안이다. ‘국민의 소중한 제안, 정책이 됩니다’라는 표어에 그 뜻이 담겨 있다. 국민의 어려움이나 억울한 사연을 귀담아듣고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국민제안은 더 나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담아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민원이 한 사람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 국민제안은 정책화나 제도 개선을 통해 많은 사람의 애로사항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민원과 청원의 차이가 궁금하다
(박은령) 민원은 정부 정책이나 행정절차에 관해 물어본다거나 개인의 불편을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청원은 관련법에 따라 제도 개선을 요청한다든지 개인의 피해 사실과 관련해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다. 국민제안은 민원인지, 청원인지 구분 짓지 않고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민이 어떤 형태로 국민제안에 참여해도 특별제안 심사팀은 모든 안건을 모니터링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제안이 정책화 과제가 되기까지 과정은 어떻게 되나?
(박은령) 우선 매일 전수 모니터링한 내용 중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꼽는다. 많은 국민이 공통적으로 제안한 내용과 더불어 정책 입안자들이 그동안 미처 잡아내지 못한 정책 사각지대를 찾아 개선안을 만든다. 부처마다 소관 업무가 있기 때문에 정책화를 위해 여러 부처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땐 특별제안 심사팀이 부처들 간의 소통을 도우며 정책화를 돕는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누리집에 하루에 얼마나 많은 국민제안이 올라오나?
(박은령) 많게는 하루 500건까지 올라온 적이 있다. 요즘은 200건 정도, 평균 접속자 수는 1800명이다.
국민제안의 정책화 가능성의 기준은 어떤 것들인가?
(변경희) 적시성과 파급효과 측면에서 검토한 뒤 여러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부처에서 수용 가능한 과제들인지를 판단한다. 한 기관, 한 부처의 의견만으로 결론을 내릴 순 없다. 당장 정책화 과제가 되지 못하더라도 추후 상황에 따라 일전에 검토했던 과제들이 이후에 정책화 과제로 선정되는 경우도 있다.
제안부터 정책화까지 평균 소요 시간은?
(박은령) 2022년 6월 국민제안 개설을 시작으로 그해 12월에 1차 과제가 발표됐다. 현재 16건의 정책화가 완료된 점을 고려하면 건당 평균 6개월이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제안한 내용의 대다수가 이미 정부가 시행 중인 정책을 토대로 한 개선방향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다만 법령 개선이 필요한 제안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변경희) ‘저출산’이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닫고 뭐든지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출산과 육아의 행복감을 전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어떠냐,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온다.
연령대도 다양하겠다. 어린 학생들도 참여하나?
(변경희) 내용상으로 연령대를 추정하자면(국민제안은 익명제로 운영된다) 중학생이 장애인의 교육 문제,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교내 수업 중에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제안했더라. 똑똑한 아이들이 많구나 싶었다.
노년층의 접근성이 떨어지진 않나?
(변경희) 꼭 그렇지만은 않다. 80대가 참여한 적도 있다. 주로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이슈 제기를 하는 편이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4050세대를 위한 대책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평소 본인이 했던 고민과 일치한 국민제안도 있겠다.
(박은령) 나도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근로자로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양육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것.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여야 한다)’를 활성화해달라는 의견이 공감됐다. 관련 제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변경희) ‘다자녀 대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본 적 있다. 거주지별로 혜택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자신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감이 됐다.
국민제안 누리집은 2024년 2월 19일 새 단장을 마쳤다. 누리집 개편을 담당한 양길주 주무관은 이전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새로워진 누리집에는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민제안 현황판’과 ‘토론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아울러 데이터 관리 및 분석시스템, 보안 기능이 강화됐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방법은 크게 ‘참여하기’와 ‘토론하기’로 나뉜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양길주) 참여하기는 ‘민원신청’, ‘제안하기’, ‘청원하기’ 중 선택해 국민제안을 하고 답변을 받는 채널이다. 토론하기는 국민제안 내용을 두고 토론을 나누는 공간이다.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한 국민제안을 중심으로 생활 공감도, 국민적 관심도, 적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제를 선정한다.
토론 방식은 어떻게 되나?
(양길주) ‘찬반투표’와 댓글로 나누는 ‘자유토론’을 병행한다. 댓글 또한 전수조사해 정책화 과정에 반영한다. 일례로 2023년 8월 1일부터 21일까지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개선’ 제안에 대한 네 번째 국민참여토론이 열렸다. 투표수 1693표 중 86%(1454표)가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에 찬성했으며 ‘현행을 유지하되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배기량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등 2213건의 의견이 모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 시대 변화를 고려한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권고했고 한부모가족 대상 기준이 완화됐다.
가장 열띤 토론이 벌어졌던 주제는 뭐였나?
(양길주) 2023년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제안에 대한 토론이다. 투표수 18만 2704표, 자유토론 의견은 13만 1283건으로 집계됐다. 당시 동시 접속자 수가 역대 최다였다.
‘국민 목소리’를 취합하고 분석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박은령) 국민제안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런 목소리’까지 다 알 수 있었을까 싶다. 가령 ‘저소득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급 대상 자녀의 나이가 만 18세 미만으로 돼 있어 생일이 빠른 경우 고등학교 졸업 전에 지원이 종료되는 경우가 있다더라. ‘몇 달만이라도 양육비가 끊기지 않게 해달라’는 국민제안을 토대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는 만 18세가 되더라도 아동양육비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어떤 사람은 무연고자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자신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를 치러줄 수 없다며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무연고자가 생전에 지정한 사람 또는 지인이 희망할 경우 장례를 주관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공영장례 표준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국민제안이 단초가 돼 더 나은 정책이 나올 때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제안이 정책화 과제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까?
(변경희) 제안의 구체적인 방향과 기대 효과를 계량화했을 때 좀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주세요’보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신혼부부 대상의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방송 매체의 역할이 필요하다’처럼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다.
(박은령) 어떤 이유로 그 제안을 내놓게 됐는지 배경을 작성해주면 좋다. 이해하기 더 빠를 뿐더러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화를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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