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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상속인들 사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이야기로 풀어보는 솔로몬의 재판'

나아비(망인)는 조강녀와 결혼하여 슬하에 나장녀(94년생)와 나차녀(00년생)를 두었습니다. 혼인관계 계속 중 나아비는 이새모를 알게 되었고, 이새모와 함께 생활하며 나장남(06년생)을 낳았습니다. 이후 나아비가 사망하자, 이새모와 나장남은 나아비의 유해를 재단법인 송별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장녀와 나차녀는 이새모와 재단법인 송별을 상대로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안치된 나아비의 유해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는데..
과연 다음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 관련조문
-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8조의3).




주장1.
나장녀: 내가 제일 연장자이니 딸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제사주재자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유해를 속히 인도해 주길 바랍니다.
주장2.
나장남: 제가 장남이고 제사주재자이기 때문에, 제가 모시는게 맞죠~! 따라서 나장녀와 나차녀에게 아버지의 유해를 인도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재단법인 송별: 봉안당에 봉안되어 있는 유해는 분할이 가능한 뼛가루 형태이니, 아버지의 유해를 절반씩 나누어 각각 보관·관리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시면 됩니다.
솔로몬의 평결
정답은 1번.나장녀: 내가 제일 연장자이니 딸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제사주재자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유해를 속히 인도해 주길 바랍니다. 입니다.
위 사례는 민법 제1008조의3과 관련하여, ‘제사를 주재하는 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그 해석이 문제되는 사안으로, 민법 제1조에서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종래의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래의 관습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고, 법적 확신 역시 상당 부분 약화되어 더 이상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은 민법의 일반원리와 제사용 재산의 성격,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목적, 제사가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리에 의해 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제사주재자를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는 조리에 부합하지 않아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가. 과거에 조리에 부합했던 법규범이라도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해야 한다.
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정신에도 합치하지 않는다.
다.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라. 제사주재자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이 보존해야 할 전통이라거나 헌법 제9조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에 따라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리에 부합한다고 본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현재의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으며, 기존 법규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법질서에 부합하도록 이를 조금씩 수정?변형하여 명확하고 합당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기에,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과 현행 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 ”특별한 사정“이란,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됨)
따라서, 이 사례의 경우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장남 우선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므로, 나장남은 나장녀에게 아버지의 유해를 인도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평결일 : 2023년 8월 7일)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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