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어글리밤의 펀치라인 힙합문화예술교육

2021-12-07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어글리밤의 펀치라인 힙합문화예술교육
'어글리밤'

    이제야 우리에게 조금 익숙해진 힙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겪어 온 삶의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문화다. 특히 인종적인 갈등으로부터 구성되기 시작한 특유의 유대감이나 저항 정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경연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의 등장 이전까지 하위문화로 분류되곤 했었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힙합을 교육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 존재해왔는데, 그들의 논리를 살펴보자면 힙합은 거리의 문화이기 때문에 교육으로 배운 힙합은 소위 ‘리얼 힙합’이 아닌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마약을 밀매하다’라는 뜻의 ‘허슬(Huslte)’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삶을 살아가다.’라는 뉘앙스로 로컬라이징(localizing)되어 전해 진 것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문화적 이해는 필요하다. 아니, 근데 이미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도 랩 레슨이 성행함은 물론이고 힙합문화예술교육 기관도 있는걸?
 
어글리팜 2021

    우리나라에서는 JJK를 필두로 2010년대 초반부터 랩 레슨이 유행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랩뿐 아니라 힙합 문화의 많은 부분이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으로 다루어져 왔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직접 교육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가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힙합문화의 자유로움과 교육이라는 분야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개인들과 단체들이 정립되지 않은 힙합문화예술교육이라는 분야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충북 청주시에서 맨땅에 헤딩 후 4년째 운영하는 어글리밤의 ‘힙합문화예술교육’을 다루고자 한다. 
    어글리밤은 2016년 동네 친구들끼리 크루(Crew)의 형태로 만들어져 율량동(청주시 청원구)에 와이홀(Y-HALL)이라는 아지트를 만들었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가, 욕심이 생겨 구성원 한 명의 아버지가 쓰던 음향 장비를 가져다가 간단한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입소문이 났는지 관객이 늘면서 신선한 즐거움을 전했고, 특별히 갈 곳이 없던 청소년들이 와이홀에 모여 힙합이라는 주제로 뭉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부터 어글리밤은 우리 지역의 미래는 결국 지금의 청소년들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했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작업들을 해왔다.     충북권 고등학생 랩 경연대회 스핏 온 스쿨(Spit on School), 청주시 청소년수련관과의 MOU체결,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힙합문화예술교육이다. 
청소년 힙합문화예술교육 
    2018년에는 어글리밤이 아닌 ‘노펜스(NOFFENS)’라는 단체를 통해 힙합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충북문화재단의 <헬로우 아트랩>이라는 문화 예술교육 실험을 통해 4주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문화다양성 프로그램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학교 ‘새날학교’에서 3주 동안 힙합을 통해 친해지는 활동을 수행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는 두 가지 경험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원 사업을 통해 힙합문화예술교육의 논리를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강사들이 직접 성장 과정에서 힙합을 통해 얻은 것들을 하나하나 서류에 옮겨 적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힙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하는 참여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청소년 시기의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장르로써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었다. 포부와 달리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있었는데 강사 전원이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교수법에 대한 학습이나 교육의 전문성 등이 결여되어 있었고, 가장 나이가 어린 강사와 가장 나이가 많은 참여자의 나이 차이가 4살 밖에 나지 않기도 해서 집단 내 관계를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정해 준 재단에게 감사를 표한다(?).
 
어글리팜

    2019년의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다양한 교육 구성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참여자들이 쓰는 가사가 미디어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었던 점이다. 2019년 하반기에 어글리밤은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킬러 콘텐츠 <랩 스토리 경연대회>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책’을 매개체로 설정하여 가사를 쓰게 하니 평소와 다른 생각들이 가사에 녹아들어가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경험에서 2020년 힙합문화예술교육의 목표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한 명의 아티스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책처럼 만들면서 작가 정신을 키우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매개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또한, 강사(교육자)와 참여자의 관계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파생적으로 지역 사회에 퍼지는 영향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문화기획 크루를 만들어 활동하기에 이르는 모습이 준 깨달음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라는 지원 사업이 지원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확장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로고를 제작하며 브랜딩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토요일 오전 교육시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의 프로그램 명인 ‘어글리팜’의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함께 만든 후드티를 입고 시내를 돌아다녔고, 어글리밤의 팬이 되어 다른 행사에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교육을 통해 지역의 씬 메이킹을 나름대로 이루고 있던 것이다. 
    2021년 초에는 힙합의 치유적인 효과에 대해 탐구했다. 미국의 BRL이나 영국의 힙합싸이크 등 힙합 치유기관들을 보고 국내에도 이러한 논리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기를 원했고 교육으로 풀어내려 했다. 힙합 정신과 의사 장원장님을 만나며 논리를 강화시켰으며, 어글리밤이 2021년 하반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는 데에도 사용이 되었다. 또 자신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힙합’의 특성에 맞게 ‘힙합’과는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퍼스널 브랜딩 과정을 교육 과정의 1/3 수준으로 과감하게 삽입했다. 퍼스널 브랜딩 워크시트는 참여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고민을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예술교육에서 기술 교육의 비중을 얼마나 두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도 풀리지 않다가 ‘공동체’로서 풀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우리 교육에는 실제 ‘래퍼’가 되고 싶은 참여자들도 있지만, 랩을 하지 않지만 단순히 힙합이 좋아서 오는 참여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아예 참여자 그룹을 하나의 크루로 구성하여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기술교육과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 기술교육이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여 일부분의 기술 교육을 커리큘럼에 도입하였다. 우리와 1년 동안 함께한 참여자들을 벌써 3년째 지켜보고 있다. 가끔은 이들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영향력을 받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믿음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강사진들이 힙합으로 구원받은 것처럼 우리는 이들이 힙합으로 구원받기를 믿는다. HIPHOP Makes The World Better. 
성인 힙합문화예술교육 
    2019년의 어글리밤은 소수의 구성원만으로 우리 지역에서 힙합씬을 만들어 나가기에는 어렵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 하는 법. 지금까지 어글리밤의 경험을 관심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전하면서 함께 씬 메이킹을 해보자는 욕구가 있었다. 지역과 힙합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삶의 기반을 놓치지 않고 예술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고 <청주힙합연구소>라는 워킹그룹을 설립했다. 청주힙합연구소 1기는 안산, 제주도, 대구 등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청주 힙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청주힙합의 실체는 없으니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다소 모호한 결론을 냈다. 
 
합합연구소 2020~2021

    2020년은 힙합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에 국한되었던 성인 대상의 힙합문화예술교육의 범위를 확장하기를 원했다.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은 <음악 큐레이션>이었고,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었다. 큐레이션의 참여자를 생각보다 많이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최소한의 참여자를 ‘참여자’가 아닌 ‘인턴연구원’의 성격으로 받아들여 함께 연구활동을 진행했고, 대면이 아닌 비대면 콘텐츠를 제작했다. 청소년 대상의 힙합문화예술교육과 마찬가지로 교육자와 참여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지역 사회로 확장되는 관계까지 생각하여 지역에 영향력을 주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거나 해결하는 것까지 목표로 했었다. 2020년에 특히 문제가 되었던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나 악플, 그리고 우울증 등의 문제를 다룬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청주힙합’이라는 키워드를 전국적으로 하입(Hype)시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청주힙합연구소 3기와 더불어 많은 로컬 뮤지션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가 구성한 교육의 방향은 ‘비평 워크숍’으로 지역 내에 비평의 토양을 만들고 담론을 쌓아가야 장기적으로 정말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차우진 님을 만나서 ‘오너십(Ownership)’의 개념을 추가하여 논리를 보충하고 현재 ‘어글리 라이브’와 ‘어글리 크리틱’의 두 가지 형태로 진행중이다.
    힙합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참여자들과 함께 가사를 써보거나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힙합이라는 삶에 녹아든 문화를 함께 경험하고 체험할 때, 감히 글로 옮길 수 없는 인사이트를 참여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어글리밤이 구성한 힙합문화예술교육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를 거듭하며 스스로 느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점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어글리밤은 현재 힙합문화예술교육기관으로의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청소년 기관과 협업하여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려 한다. 한 번 더 쓰고 끝내도록 하자. HIPHOP Makes The World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