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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2022-12-08

문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인문학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지금 당장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12가지 주제들'


질병, 가난, 소외, 불평등 그리고 인간을 묻다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문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타인과 손쉽게 교류할 수 있고 허드렛일은 기계가 대신 해주는, 시간적 물질적 풍요 속에서 다양한 인종과 함께 어울려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번영을 누린 인류는 무방비한 상태로 질병에 습격당했다. 한 사람의 고통은 집단의, 사회의 고통이 되었고 지난 3년간의 시간으로 우리 사회는 민낯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 책《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의 저자 박정은은 수녀이자 학자의 눈으로 이 모든 현상을 바라봤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20세기 과거부터 현대 사회의 발전과 번영은 물론, 팬데믹이 야기한 최악의 가난과 소외를 목격한 것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이자 이방인의 삶을 살며 사회 바깥 테두리의 사람들, 이를 테면 여성과 성소수자와 가난한 이를 위하고 기도해왔다. 그러나 사회의 시스템과 경제력이 강해질수록, 약해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했다.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질문하고 답하기를 10여 년, 저자는 이제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바로 지금,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 




 
가장 바깥 테두리의 이웃을 위하는 수녀의 우리 시대 인간에 관한 12가지 단상
    한편으로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타인과 교류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을 잃고 헐벗은 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기계에게 노동을 빼앗긴 사람의 삶은 또 어떠한가. 그런데, 이 모든 현상이 다 불청객 바이러스 때문일까? 
    그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목격한 저자는 소외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일부러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인종차별과 성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난, 소외, 차별, 질병은 갈수록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나의 내면과 주변을 돌보아야 한다.
    저자 박정은 수녀는 작가 톨스토이의 책 제목처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긴 시간 살아왔다. 따라서 저자는 AI와 비대면문화 그리고 남녀갈등, 죽음, 자본, 난민 등의 이 시대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꼭 생각해봐야 할 12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이 책은 이들 주제에 대한 학자이자 성직자인 저자의 오랜 사유의 결과물이다. 
삶이 힘들수록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저자는 지금 당장 인간에게는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이 가장 절실하다는 결론과 함께 삶이 힘들수록 잊혀지는 인간의 가치를 세상에 내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정신은 어떻게 지닐 수 있고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저자는 먼저 비효율적으로 느린 속도로 하루를 살기를 권한다. 느린 걸음으로 무언가를 천천히 관찰함으로써 내가 사는 동네의 나무의 색깔과 결이 어떠했던지, 이웃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삶 말이다. 저자는 느림을 택하는 용기가 곧 21세기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게으르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이란 부지런한 탐욕을 경계하기를 게을리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는 보지도 않고 나의 이익을 취하는 분주한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자고, 오히려 느리더라도 주변과 함께가는 인생을 살자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누구나 공동체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이웃을 생각할 수 있고 위할 수 있는 내 안의 인간성을 누구나 회복할 수 있음을 반복하여 말한다. 이제 게으른 동작으로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겨 저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보자. 그리하여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지켜내자. 
저자. 박정은
    수녀이자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의 영성학 교수. 신비주의, 중세 문화,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글로벌 시대에 여러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이주, 소외, 가난의 문제와 여성 문제 그리고 영성에 관해 연구한다. 한국과 미국 두 문화를 오가며 살고, 영어와 한국어로 글쓰기를 한다. 영어 저서로는《경험으로 본 이주의 해석A Hermeneutic on Dislocation as Experience》《경계를 넘는 영성Border Crossing Spirituality》이 있다. 한국어 저서로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묵상을 모은《부서진 것의 아름다움》과 여성 영성에 대한 원리를 다룬《사려 깊은 수다》, 상실과 애도를 다룬《슬픔을 위한 시간》이 있다. 아주 오래된 가죽 가방과 그림자를 좋아하며 산책을 사랑한다. 담장 돌 틈새로 피어난 풀꽃에게 인사하며 새롭게 칠을 하지 않아 벗겨진 우편함을 반가워한다. 주는 일이 곧 받는 일로 믿는다. 이 책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를 통해 팬데믹을 겪고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에 진통을 앓는 인류에게 삶의 지침을 나누고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