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
충북교육소식지
배움이 활짝
이런 즐거움은 없었다, 학교협동조합
'판동초등학교 교사 강환욱'

이제는 학교에 매점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배고픔만 아니라 마음도 채워주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잘 먹는 것은 그 이상의 행복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매점은 무조건 옳다"라고 아이들은 평합니다.
매점은 2019년에 학교협동조합의 형태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협동조합을 매점 중심으로 꾸린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가 간식으로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도교육청의 설립 지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6학년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에 매점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 학기 만에 사업자등록을 끝으로 협동조합의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9월 6일에 매점을 열었습니다. 무척 무리한 일정이었죠.
운영의 안정화를 꾀한 첫해 그리고 헌신
매점을 열고 몇 주의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뒤, 하루 일과 중 중간놀이 시간과 방과후 시간에만 매점을 열기로 했습니다. 6학년 아이들 중 희망자는 매점 매니저가 되어 중간놀이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포스기의 전원을 켭니다. 매점 비밀번호는 우리끼리만 공유합니다. 배가 고프거나 심심한 아이들은 매점을 찾고 매니저는 계산원의 역할을 합니다. 학생 매니저들은 자신의 순번인 날에 30분이라는 귀한 중간놀이 시간을 매점의 계산대와 함께하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 무례한 손님이 있기도 합니다. 매니저의 위상을 세우고 작게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 적지만 매점화폐를 월급으로 받고 간혹 회식도 합니다. 최근에는 어느 정도의 공평한 소비 기회를 마련하고자 전교생에게 매주 2장의 매점화폐를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고 문구류도 마련해 놓아서 찾는 아이들이 더욱 늘었습니다.
(左) 계산원 역할을 하는 학생 매니저 (右) 즐겁게 헌신해주시는 학부모 이사님들(2019년)

오후에는 학부모 이사들이 매점을 관리합니다. 학부모 이사들은 학교협동조합의 설립을 함께한 발기인이자 조합원입니다. 자신의 자녀가 다니고 이용하며 함께 만든 학교 매점에 누구보다 큰 애착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졸업생의 학부모님도 여전히 함께합니다. 때론 호떡을 구워서 매점에 오는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방학 때는 국수도 끓여줍니다. 꽤 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매점이 운영되어 온 것이죠.
또한 매점은 여러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편하게 머무를 곳이 되어주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좋은 간식을 두는 일
매점의 모든 물품은 생활협동조합 제품입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선입견 없이 맛을 보았고 시중의 것에 비하여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도리어 더 맛있다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판매 가격을 조금 높게 느끼고 있습니다. 매점에 관한 건의사항이 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운영시간을 늘려달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가격을 낮춰달라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한 개가 천원 정도로 편의점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싼 수준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격 책정에 대한 부분을 해명합니다. 결론은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매입 가격에 세금과 수수료, 최소한의 마진을 붙이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매점의 수익은 전액 학생복지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시도
협동조합은 이상적인 조직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권이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어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시작됩니다. 사람들에 의해 철학이 세워지고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협동은 인간이 가진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인공지능의 길과 창조의 길로 분명하게 나뉠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또는 모여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을 것이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협동조합의 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는 당연히 민주시민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학교협동조합은 이를 미리 익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협동조합은 건강한 먹거리와 민주시민의식을 주요 가치로 삼자고 했습니다.
(左) 절반 정도 완성된 학교공방 (右) 아이들이 공방 건축에 참여하는 모습

협동에서 노작으로
매점은 협동조합의 전체가 아닌 한 부분입니다. 협동조합의 구성과 작동원리를 익힐 수 있는 살아 있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합원으로서 매점의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더불어 협동의 가치, 사회적 경제와 공정무역의 중요성, 몸과 지구환경을 중요시하는 마음가짐과 행동 등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어른들의 과제입니다. 매점을 이용하는 것이 전부인 소비자로만 남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협동조합도 공간으로서 실재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립과도 깊은 연관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노작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작교육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천만원 정도의 재료비를 학교에서 마련해주었고 이왕이면 직접 지어보려고 했습니다. 현재는 목조주택의 형식으로 기본 뼈대 정도가 자리 잡았습니다. 건축의 과정에 아이들도 종종 참여했고 협동조합의 수익금도 투자하기로 의결했습니다. 9평 정도의 공간이 학생 조합원과 어른 조합원의 노작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렵지만 확실히 좋은 일
협동조합을 학교 내에서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니 일이 많습니다.
그에 비례하여 눈에 보이는 효과도 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과후교실로만 쓰이던 곳은 매점이 되었고,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피드백은 환한 얼굴입니다.

EDITOR AE안은하
충청북도교육청
전화 : 043-290-2032
주소 :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 1929 (산남동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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