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메이키 제작기] 본격적인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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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만들기 시작!

가장 먼저 로고 이미지를 수치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작업에서는 로고 이미지의 픽셀 위치를 엑셀 파일에 입력하고, 이를 작업할 수치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변환한 수치는,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3D 데이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로고에는 앞 부분의 모습만 나타나 있기 때문에 로고 이미지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은 상상력을 발휘해 설계해야 한다. 수치화 작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제작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작은 형태의 미니 메이키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름은 ‘메이키 미니미’라고 지었다. 메이키 미니미는 3mm두께의 아크릴을 레이저 조각기로 재단하여 만들었다. 메이키 미니미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먼저 레이저 조각기용 도안을 그린다. 당시 내게는 120mm짜리 아크릴 반구 한 개가 있었기 때문에 이 크기에 맞춰 나머지 수치를 계산하여 그렸다.
위에서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력이 완료됐다. 나는 우선 이렇게 완성된 조각을 하나씩 떼어낸 다음 임시로 조립했다. 이 과정은 조립을 하면서 설계상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찾아내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도안을 조금씩 수정해나갔다.

조립이 완료된 모습
잘못 인쇄된 부품을 수정한 뒤에야 메이키 미니미가 완성되었다. 나는 완성된 메이키 미니미를 가지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보았다. 이를 통해 머리와 몸통이 돌아가고, 양팔을 들어올리는 등 메이키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 결정할 수 있었다. 조립이 완료된 뒤 남은 작업은 도색 작업이었다. 미니미는 원래 만들 버전보다 작기 때문에, 도색 작업에는 락카 스프레이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작업실에 신문지를 깔고 환기가 잘 되도록 조치를 한 뒤, 미니미에 락카 스프레이를 뿌렸다. 가장 먼저 플라스틱용 프라이머리 스프레이를 뿌리고 마른 뒤 백색 또는 적색 스프레이를 뿌렸다. 참고로 이 작업을 할 때에는 20~30cm 떨어진 거리에서 뿌리는 것이 좋다. 잠시 멈추었다 뿌려야 할 때에는 작품에 스프레이를 곧바로 뿌리기 보다는 바닥에 테스트 겸 미리 뿌려보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입구에 뭉쳐 있던 페이트가 작품 위에 방울처럼 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릴 때에는 두 세 차례 정도 반복해서 뿌려준다. 몸통 가운데에 붙은 심볼 이니셜인 M의 도색 작업은 조금 까다로웠다. 우선 하얀색 스프레이를 먼저 뿌린 다음 그 위에 마스킹 테입을 붙이고 빨간색을 뿌린다음 마스킹테입을 떼어낸다. 하루 지나서 완전히 마르고 난 뒤 재조립을 하였다.


눈의 형태 결정하기

눈의 모양은 메이키를 3D로 재디자인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메이키의 정면에서 메이키를 보았을 때 눈의 모양을 원형이 되게 하려면 반구형 머리 표면에서는 타원형의 눈이 필요한 반면, 원형의 눈을 반구의 머리에 붙이면 부착 각도 때문에 정면에서는 타원형으로 보이게 된다. 나는 원형의 눈을 반구형의 머리에 부착하는 방법을 많은 고민 끝에 어렵게 선택하였다. 눈은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원형인 눈은 측면에서 보면 눈꼬리가 올라간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원형의 눈을 부착하는 경우 정면에서 봤을 때 처진 눈이 되지만 선량한 인상을 준다. 메이커 페어에 참석한 관람객의 시점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람객 대부분은 정면에서보다 측면에서 메이키를 감상할 기회가 많을 지도 모르기 때이었다. 나는 결국 측면에서 봤을때 원형인 눈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면 제작하기도 훨씬 더 쉬워진다.

측면에 원형으로 부착한 눈은 정면에서 처진눈에 순한 인상으로 보인다

몸통 위의 선 표현 방식 결정

대부분의 메이키에서는 몸통 위에 그려진 흰색 선을 몸통보다 안쪽으로 들어가게 표현한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과거에 메이키를 제작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흰색 선을 나타내면 그늘이 져서 M자 문양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몸통 위의 모든 흰색 선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흰색의 깊이를 몸통의 표면과 같게 할것이다.


작업 공간 확보

메이키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정민정 작가와 함께 대대적인 작업실 청소를 해야 했다. 묵혀놨던 폐자재, 이제는 보기 민망한 초기 작품들을 정리하여 시원하게 공간을 확보하였다. 자재의 수납, 재료의 큰가공, 부분품 조립, 중간 생산물의 수납, 총조립은 가운데 갤러리(집의 거실같은 공간)에서 하고, 재료의 정밀미세가공은 스크롤쏘, 밴드쏘, 테이블쏘, 샌딩기가 설치된 기계실에서, 도색 작업은 3 작업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단 방 전체를 신문지를 붙여서 페인트가 묻어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재료의 선택

이번 메이키의 뼈대로는 목재를 선택했다. 사실 선택지야 많았다. 철재 구조물을 제작한 뒤 용접하는 방법,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조립하는 방법, 목재를 재단하여 만드는 방법 등의 몇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으나, 예시한 방법 중 가장 다루기 쉽고 저렴한 것은 목재였다. 예전에 목재를 사용한 작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주요 공구 또한 목재용 공구라는 점도 한 몫 했다. 로봇의 외부는 고밀도 MDF로 결정했다. 사실 처음에는 방수가 가능한 재료인 포맥스 판재, 아크릴 판재를 놓고 저울질 했었다. 포맥스는 충격에 약해서 작업 중 실수로 건드리기만 해도 움푹 패일 가능성이 컸다. 패이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복구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 결국 좋은 재료가 아니었다. 대안은 아크릴 판재였는데 원단 구매가 가능한 업체를 방문하여 상담한 결과 아크릴 판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휘고 접착제로 인한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두 재료 모두 많이 사용해 봤기 때문에 능숙하게 다룰 자신감이 있었는데, 큰 작품을 만들려고 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난감했다.
그 러던 중 정민정 작가의 소개로 고밀도 MDF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업체에서 샘플을 보내줘서 그것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확실히 물성이 좋았다. 일반 MDF보다 훨씬 단단해서 작업 중 생기는 실수에도 견디는 데다 휘는 현상도 약하고 깨지지 않았다. 로봇의 외부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기존의 목재용 공구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단점은 일반 MDF의 3배 가격이라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 다리는 바닥에 고정하기로 했다. 메이커 페어 사전 모임이 있어서 서울혁신센터를 답사차 다녀왔는데 메이키의 전시 공간이 바닥이 고르지 않고 물이 흐를 여지가 있는 공간이어서 한빛미디어에서 바닥 공사를 해 주기로 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한 결과 바닥은 튼튼한 합판 1장(12mmx1.24mx2.4m)을 이용하여 만들고, 다리는 전체 하중을 다 받는 부분이므로 가장 크고 무거운 목재로 만들기로 하였다. 나는 곧장 4개가 한묶음인 5cmx8cmx3.3m 짜리 목재 두 묶음을 구입하였다. 몸통은 그보다 작지만 팔과 머리를 지탱해야 하므로 한 단계 아래인 3cmx5cmx3.3m짜리 목재 두 묶음(한 묶음에 6개였다)을 구입하였다. 또한, 메이키의 둥근 머리용 재료로 직경 1000mm 크기의 아크릴 반구를 구매하였다.


뼈대 작업 시작! 바닥 - 다리 뼈대 작업

메이키를 만들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작업실 바닥이 평평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작업실 바닥이 매우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나는 메이키의 바닥을 만들기 위해 합판에 수치를 표시하고 선을 그어 표시한 다음 잘라서 구멍을 내었다. 여기에 다리 하나당 4개의 기둥을 세워서 올렸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나름대로 기둥의 수직을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위치를 옮기니까 수직이 계속 달라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판을 한장 깔고 그 위에 메이키 바닥판을 올려놓고 다리 뼈대 작업을 하였다. 우물정(井)자 모양의 발바닥 뼈대는 좀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 홈을 내서 끼우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매우 무겁지만 몸통 전체를 받혀야 하기 때문에 다리뼈대는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다리 뼈대는 70kg이 넘는 나의 몸으로 밀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운반하기 쉽게 다리 뼈대는 바닥에서 분리 가능하게 만들었다. 5x8 각목은 스크롤 쏘를 사용하여 절단했다.


두 다리를 연결하기 위한 브릿지 작업

나는 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부품을 ‘브릿지’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사람으로 치면 골반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역시 하중을 많이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굵은 나무를 짜 맞추는 형태로 만들고 합판에 부착하여 강도를 더했다. 이렇게 만든 브릿지는 완벽하게 튼튼했다. 어떤 부품은 나중을 위해서 분해가 가능하도록 나사못으로만 고정하기도 했지만, 이 부품은 분해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목공용 풀과 나사못을 사용해 합판에 단단하게 고정했다. 다음 작업은 브릿지에 축을 심는 작업이다. 기어박스에서 나오는 회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축(샤프트)을 브릿지에 심어야 한다. 그리고 축을 브리지에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축을 브리지에 고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축에 미리 뚫려 있는 구멍을 사용할 것이다. 축의 지름은 20mm이고 축고정용 구멍은 6mm이다. 축이 들어가는 구멍과 축 고정용 구멍은 수직이 되게 뚫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 구멍을 다른 위치에 다시 뚫을 수도 없고 오로지 다시 만드는 방법밖에 없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뚫었다. 몸통이 원활히 회전 할 수 있도록 몸통과 브릿지 사이에 베어링을 넣어 줄 차례였다. 이를 위해 축에 설치하는 스러스트 볼 베어링 외에 브릿지 크기만한 일종의 스러스트 볼 베어링을 제작해서 넣어 2중으로 하중이 분산되도록 했다. 스러스트 볼 베어링의 높이와 자작 스러스트 볼 베어링에 사용할 볼의 높이가 달라서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브릿지에 홈을 파고 스러스트 볼 베어링을 끼워 넣어야 했다.


쓸모 없어진 작업 1
몸통을 브릿지에 결합할 때 쉽게 들어가도록 기어박스의 홀 입구에 에 원형 가이드를 만들었다. 홀쏘를 사용해 원기둥을 만들고 샌딩하여 크기를 맞추고 내부를 원형 사포를 이용 깔대기 모양으로 다듬었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 부품이 없이도 브릿지의 축에 몸통 바닥 구멍을 끼우는 일이 쉽게 되어서 이 부품을 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낭비했다. 나중에 마블 머신을 만들 일이 생기면 구슬 모으는 장치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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