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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도 유전이 되나요?

2022-03-25

라이프가이드 건강헬스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어린이/청소년)
충치도 유전이 되나요?
'좋은 습관이 충치를 막는다'

    충치도 유전이 될까요? 되긴 됩니다. 우리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전의 산물이 아닌 부분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의 충치가 심하다면 유전이 아니라 ‘나쁜 생활 습관의 대물림’의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유난히 충치가 심한 아이들을 만납니다. 부모님에게 아이들의 양치질 교육을 좀 더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 드리면 많은 경우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집안 대대로 이가 약해서 그런지 우리 아이도 충치가 너무 잘 생겨요. 충치도 유전이죠?"  
    아마도 조금은 민망한 마음에 변명처럼 하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두 번이라도 제대로 양치를 하는 아이의 입 속과, 그렇지 못한 아이의 입속은 치과의사라면 한 눈에 구별할 수 있습니다. 충치가 심한 아이들은 그저 양치를 잘 못하는 아이들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양치를 깨끗하게 잘 하는데도 불구하고 유전 때문에 충치가 심하게 생기는 아이들은 특별한 유전적 질환이 있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충치가 심한 아이들의 부모님도 함께 검사를 해 보면 역시나 양치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미 치료받은 곳도 많고, 잇몸병도 많이 진행되어있습니다. 부모님도 ‘충치가 잘 생기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저 오랫동안 양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와 잇몸이 많이 망가진 것입니다. 충치가 유전이 된 것이 아니라 치아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는 나쁜 생활습관이 대물림 된 것이지요. 설령 유전적으로 건강한 치아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관리하면 당연히 충치와 잇몸병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속을 검사하는데 음식 찌꺼기 하나 없이 정말 깨끗합니다. 당연히 충치도 없습니다.
    “양치 정말 잘 하는구나? 혹시 치실도 쓰니?” 이렇게 물어보면
    “네. 자기 전에 꼭 치실하고 자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누구한테 배웠어?” 라고 물어보면
    “엄마(아빠)한테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부모님도 함께 검사를 해보면 감탄하게 됩니다. 치석이 거의 없어 스케일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입안이 깨끗합니다. 양치를 잘 할 뿐만 아니라 치실도 잘 쓰시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충치도 거의 없고, 잇몸도 건강합니다.
    이런 가족들은 집안 대대로 튼튼한 치아를 물려받은 걸까요? 아닙니다. 치아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좋은 습관, 건강한 생활습관이 대물림된 것입니다. 실제로는 아주 약한 치아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속이 깨끗하니 충치와 잇몸병이 생길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가족들은 진료가 끝나고 치과를 나설 때에도 남다릅니다. 
    "우리 00 오늘 칭찬받았네. 선생님 우리 00 양치 잘하죠? 00야 ‘감사합니다’하고 배꼽인사 해야지. 양치 열심히 해서 다음에 와서 또 칭찬받자!”
    이렇게 아이들에게 양치하는 일, 치과에 오는 일을 기분 좋은 일로 만들어 줍니다. 이런 아이들은 양치를 잘 할 뿐만 아니라, 치과에 가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가 됩니다.



    우리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유전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약한 치아라도 깨끗하게 관리하면 충치가 잘 안 생깁니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튼튼한 치아도 양치를 제대로 안하면 충치가 쉽게 생깁니다. 유전 때문이 아니라 나쁜 생활 습관 때문에 치아가 썩고 잇몸이 망가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양치 안하면 치과 가서 이 다 뽑는다고, 무서운 치과의사가 왕주사 놓는다고 겁 주지 마세요. 양치도 잘 안하는 데다 치과에 가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가 됩니다. 대신 부모님이 꼬박꼬박 양치를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래야 아이들도 양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자발적으로 치과에 가서 개운하게 스케일링 받고 정기 검사 받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래야 아이들도 치과와 치과의사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치과 치료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도 치과에 오면 입을 꾹 다물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간단한 검사조차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도깨비 아저씨가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