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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가을 달 거문고 현에 춤을 추고

2021-03-22

라이프가이드 여행


굽이굽이 옥화구곡 따라
은은한 가을 달 거문고 현에 춤을 추고
'하늘이 감추고 땅이 비밀로 했던 땅'

    용이 승천하던 심오한 물길, 산수를 새겨놓은 절벽서쪽 하늘 노을이 천 가지 경치를 보여주는 이곳에서 마음을 깨끗이 닦고 바람의 현을 타고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를 들어보자.
승천을 바라던 용의 전설 _ 용소 · 오담
    구불구불 운암계원로를 느티나무 가로수와 나란히 가다 보면 야트막한 고개가 보이고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용소로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용소는 운암계원로에서 오른쪽으로 난 운암옥화로를 따라 학정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일명 ‘펜션촌’ 쪽에서 바라봐야 그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옛 선비는 ‘자라가 산다’하여 오담이라 불렀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용의 승천 이야기를 담아 용소라 부르고 있다.
    신비한 날에 승천하려는 용을 지나가던 여자가 보게 되어 부정을 타서 용이 그대로 땅에 떨어져 이무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용소. 용소는 들여다보고 또 자세히 보면 용이 승천하던 그 깊고도 심오한 물과 온갖 산수를 새겨놓은 절벽에 한 동안 넋을 잃고 머물 수밖에 없는 절경 그 자체이다.


 
하늘을 비추는 천 가지 거울 _ 천경대
    운암옥화로로 가는 삼거리에서 200미터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옥화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옥화대 마을에 들어서면 오른쪽은 천경대, 왼쪽은 옥화대가 있다. 살짝 고개만 돌려도 천경대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눈부시다. 수직으로 이루어진 절벽과 함께 달빛이 맑은 물에 투영되어 마치 하늘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천경대는 옥화구곡과 옥화구경에 다 해당하는 곳이다. 굳이 시대를 경계하지 않아도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은 하나요, 쉬이 변치 않고 자신의 모습을 지켜오는 자연의 견고함이 위대할 따름이다.
    박대천의 다른 이름 ‘달천’은 수달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달강’이었다고 하고 물맛이 달게 느껴져서 ‘단냇물’이던 것이 ‘달랫물’ 그리고 ‘달천’으로 변천했다고도 한다. 천경대, 옥화대 일대에서는 아직도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맑고 깨끗한 달천이 수달에게도 달디단 물이 아닐 수 없다.
     옥화구곡의 천경대千景臺는 천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반면 옥화구경의 천경대天鏡臺는 하늘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같은 장소를 대하여도 시대에 따라 뜻하는 바가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예부터 천경대가 빼어난 수변 경관을 지니고 있어서 생겨난 이야기이리라.


 
소풍가면 무조건 여기로 _ 옥화대
    천경대에서 약 200미터 하류인 옥화리 개울가 절벽 위에 고목이 무성하고 들판에 옥처럼 떨어져 있다고 붙여진 옥화대역시 옥화구곡과 옥화구경에 다 들어있는 곳이다. 옥화구곡에서도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히고 있는 이 곳은 산수가 중국의 무이구곡을 닮아 설정했다 하니 산수의 수려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소풍 갈 때면 ‘무조건 옥화대’일 정도로 이 곳 계곡은 사람들에게 가장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또한 옥화대는 경주이씨 4대에 걸쳐 우리나라 전통 시조의 한 장르인 육가六歌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곡이 지정만 되어 구전되거나 인물이 짧게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옥화구곡은 오랜 기간동안대를 이어 생활의 터전을 일구었고 현재에도 그 후손들이 맥을 잇고 있어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역사와 문화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옥화서원과 만경정, 추월정, 세심정이 이러한 발자취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左)옥화대   (右)만경정 편액과 만경정
 
바람타고 들려오는 선비의 풍류소리 _ 추월정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개울가 절벽 쪽으로 조용히 발길을 옮겨 바람의 현을 타고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를 들어보자. 한 치의 사특함도 없이 청렴한 삶을 살았던 서계 이득윤이 들려주었을 두터운 신망 같고, 부드러운 덕망 같은 거문고 소리가 바람을 타고 가을 달처럼 티끌 없이 들려오지 않는가.
     추월정에서 듣는 거문고 소리는 우주만물의 이야기를 들려줄 듯 그 깊이에 심오하게 빠져들게 한다. 주역과 음악에 조예가 깊어 후세에 수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으며, 거문고 명인이기도 했던 서계 이득윤은 한국음악사에서 길이 빛날 거문고 악보집인 <현금동문류기>를 옥화대에서 저술하였다. 괴산군수로 있을 때에는 선정을 베풀어 칭찬이 자자했고, 그의 아들과 손자 역시 옥화구곡에서 청풍명월을 노래하며 청렴한 일생을 마쳤다.
     추월정의 이름은 가을 달이 맑고 투명하여 흠이 없듯이, 가을 달이 풍기는 의상意象과 같은 인품을 도와야겠다는 의지를 담는다. 세심과 추월은 선비들이 즐겨 쓰는 시어인 만큼 가을 달빛과 마음을 닦는 선비의 지향이며 가슴에 새긴 의미일 것이다.
 
추월정에서 거문고 연주
 
이득윤의 현금동문유기
    조선 중기의 역학자이자 악인인 서계이득윤李得胤(1553-1630)은 1553년 충북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에서 태어났다. 사림의 예학정신을 계승하여 17세기 후반 청주지역에 기호학파와 호서사림이 형성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광해 1년인 1609년 혼란한 정계를 피하여 고향인 미원 옥화대로 낙향했다. 그는 고향에 머물면서 달천 일대 9곳에 옥화9곡을 설정했다.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두어 고향 옥화리에 머무르는 동안에 거문고 악보인『현금동문유기를 편찬하여 이를 후세에 남겼다.
만사에는 먼저 마음을 닦고 _ 세심정
    옥화대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만경공원-옥화정원이다. 바로 옆으로는 윤사석, 박곤원, 이득윤, 윤승임 4명의 학자가 배향된 옥화서원이 있고 세상 모든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만경정이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계 이득윤 선생의 유허비와 함께 세심정이 자리하고 있다. 마음을 깨끗이 닦자는 뜻을 담은 세심정. 앎과 행함이 일치했던 이득윤의 언행에 많은 문하생이 따랐고 이곳은 후학을 양성하는 곳이었으리라.
     청주지역 선비들의 이상향이었으며 청명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철학의 공간이자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학문을 연구하는 공간이었던 옥화.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고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렸던 옛 선조의 선비정신을 이곳 세심정에서 마음을 닦고 다시금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여성 성리학자 '윤지당 임씨'
    옥화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윤지당 임씨가 있다. 조선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로서 여성 선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조선시대 18세기 중반 여성의 배움과 사회 활동이 어려웠던 때에 등장한 여성 성리학자로, 뚜렷하게 학문적 성취를 이뤄냄으로써 옥화구곡 400년 스토리에 한 획을 긋는 여성 인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