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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잃고 난 후 집안이 쓰레기장 정리 못하는 이상증상이 생겼어요

2024-08-29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정책주간지 K-공감
반려견을 잃고 난 후 집안이 쓰레기장 정리 못하는 이상증상이 생겼어요
'신기율의 마음 상담소'


내담자 사연
    정리정돈을 못해서 걱정입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15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부터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이상증상이 생겼습니다. 집을 치우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피로감과 무기력감입니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됩니다. 주말을 이용해 집을 정리하다가도 반려견과 관련된 물건이 나오거나 반려견과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르면 슬픔이 몰려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지금 집에는 오랫동안 손대지 않아 먼지가 가득 쌓인 물건들과 버리지 못한 온갖 쓰레기들이 뒤엉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청소업체를 불러 집을 청소하고 정리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더러워졌습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다 보니 요즘에는 더러운 집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김미진·가명, 36)




 
마음 상담소 답변
    마음이 공간을 만듭니다. 마음이 혼란하면 그 사람이 머무는 공간도 어지러워지고 마음이 평온하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도 평온해집니다. 공간이 평온하다는 말은 청소가 잘돼 있다는 뜻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공간이 사이좋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주인의 동선에 따라 필요한 물건이 놓여 있고 그 물건들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어루만진 느낌이 배어 있는 집이 평온한 공간입니다. 마음이 평온한 사람들은 자신이 머문 공간도 따듯하고 포근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공간이 마음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구조나 소품 색채, 정돈 상태는 사람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상업시설물에는 다양한 공간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패밀리 레스토랑과 편의점을 들 수 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조도가 낮은 주황색 조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어두운 주황색 조명이 식욕을 북돋아주면서 저물녘 식탁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안락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조명이 하얗고 밝은 이유는 청결한 느낌과 물건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의사나 약사들이 흰색 가운을 입는 것과 비슷한 이유지요. 천장이 높을수록 위압감을 주고 천장이 낮을수록 포근한 느낌을 준다는 점을 활용해 권위와 위엄을 강조해야 하는 시설물은 천장을 높이고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한 유아 시설물은 천장을 낮게 설계하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이 정리되면 보이지 않는 것도 정리된다
    미진 님이 살고 있는 집은 미진 님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잃은 감정적 충격과 슬픔이 만들어낸 공간의 모습이 바로 지금 미진 님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입니다. 설거지통에 가득 쌓여 있는 그릇과 접시들, 버리지 못한 쓰레기들은 미진 님이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반려견과의 기억일 수 있고 제자리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나뒹구는 물건들은 깊은 상실감에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는 미진 님의 방황하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정리 정돈을 통해 미진 님의 아픈 마음 또한 치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800만 부 이상 판매된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에는 정리를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돼 있습니다. 책에서는 정리를 잘하기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이고 두 번째는 ‘물건만의 주소를 만들어주라’는 것입니다. 원칙을 실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잘 쓰지 않는 물건을 손에 들고 물건이 자신에게 설렘을 주는지 차분히 느껴봅니다. 설렘을 주면 남겨놓고 설렘을 주지 않으면 버립니다. 버리기로 한 물건은 버리기 전에 물건에 그동안 함께해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합니다. 버리지 않는 물건은 집주소처럼 물건이 놓여야 할 고정된 위치를 만들어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 두면 됩니다.
    곤도 마리에처럼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물건을 최소화해 단순하고 간결하게 생활하는 것을 미니멀리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꼭 미니멀리즘만이 정리의 정답은 아닙니다. 정반대의 생활 스타일로 맥시멀리즘이 있습니다. 다양한 물건과 색채를 활용해 최대한 공간을 풍성하게 꾸미는 것을 맥시멀리즘이라고 합니다. 몇 해 전 작고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집이 그랬습니다. 집에는 3만 권 이상의 책과 예술작품, 가구 등이 화려하게 진열된 것으로 유명했지요. 정리 정돈을 하기 전에는 자신의 성향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지 아니면 맥시멀리즘에 가까운지 먼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정리 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스타일에 맞춰 조금씩 천천히 물건을 정리해가야 합니다. 미진 님, 정리의 힘을 믿으세요. 보이는 것이 정리되면 보이지 않는 것이 정리된다는 믿음으로 조금씩 집을 정돈해나가면 마음이 함께 정돈되고 있다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평온한 공간과 행복한 일상을 되찾게 될 겁니다.
최종솔루션
    “정리의 힘을 믿으세요. 보이는 것이 정리되면 보이지 않는 것이 정리된다는 믿음으로 조금씩 집을 정돈해나가면 마음이 함께 정돈되고 있다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평온한 공간과 행복한 일상을 되찾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