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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으로 우리만의 귀한 문화유산을 얻다

2023-05-26

문화 문화놀이터


명사와 국가유산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으로 우리만의 귀한 문화유산을 얻다
'이해숙 박구한 부부'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했다. 문화재청의 앱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에 등록된 전국 1,647건의 문화유산을 모두 답사한 이해숙·박구한 부부는 1년여에 걸친 이 여정을 두고 ‘인문학 종합선물세트’를 선물 받은 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 긴 여정 중에 인상적인 문화유산 중에 한 곳인 창덕궁 후원에서 이들 부부를 만나보았다.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를 만나다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 누군가에게는 사서 고생이다. 하지만 봄꽃이 흐드러진 창덕궁 후원에서 만난 이해숙·박구한 부부의 얼굴에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즐거움이 꽃보다 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2021년 6월부터 1년여간 문화재청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을 이용해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산 1,647개 명소를 모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즐겨 찾아다녔었는데 문화재청의 앱을 가이드 삼아 다니다 보니 이렇게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왔어요.”
    정년퇴직을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가 가득한 부부가 활짝 미소 짓는다. 이해숙·박구한 부부가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가 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평소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을 좋아했고 덕분에 부부는 휴가나 여행지에서도 늘 인근 문화유산이나 유적지를 찾아다녔다. “남편이 어느 순간부터 캠핑카 얘기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신경도 안 썼는데 남편한테 이끌려 캠핑카 전시회며 여행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캠핑카 로망에 동참하게 되었어요. 저희의 목적과 예산에 맞는 캠핑카를 장만했고 이후에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거죠.”
    부부가 처음부터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을 활용한 것은 아니었다. 캠핑카로 여행하며 만나는 갈색표지판(명승·고적)을 두서없이 찾아 다니다 보니 어차피 다니는 것, 제대로 문화유산을 답사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리스트를 만들다가 우연히 앱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왕이면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에 등록된 모든 곳을 찾아 답사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그때부터 앱을 우리만의 가이드로 삼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01.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02. 태극 머리띠와 태극기를 준비해서 방문한 독도 천연보호구역
03. 명승 제주 서귀포 외돌개    04. 사적 경주 감은사지

문화유산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앱은 이해숙·박구한 부부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아주 편리했다. 앱에 등록된 문화유산을 방문해 위치인증을 하면 방문인증 스탬프를 받게 되는 시스템은 커다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앱과 별도로 1,647개의 문화유산 리스트를 지도와 엑셀로 만들어서 하나씩 색칠하고 채워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부부가 이렇게 전국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겪어낸 1년여간의 여정은 밤새워도 모자랄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비오는 초겨울에 영주 흑석사를 방문했다가 주지스님의 권유로 차 공양을 한 뒤 늦은 시간에 길을 찾다가 사과밭에 빠진 사건, 앱에서 직선거리 2km만 보고 “얼른 다녀와서 아침을 먹자” 하고 경주 남산 삼릉계곡으로 올라가며 수많은 석조문화재를 만나다 보니 어느새 정상을 지나 용장계곡으로 오후 5시가 넘어 내려온 일, 여행 중 생리활동이 불편해 고생하던 이해숙 씨가 우연히 막걸리를 마시고 효과를 본 이후 전국 여행지의 막걸리를 맛보며 라벨을 모은 것 등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다름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저희가 답사를 다녀온 뒤 많은 분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명소를 알려 달라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 전국에 있는 마애불상을 추천하고 싶어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은 물론이지만 특히 문경 봉암사에 있는 마애불상은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불상으로 미학적으로 정말 아름답습니다. 전북 고창 선운사의 마애불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오고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의 문화유산인 북한산성 행궁지(사적)와 고양 태고사 원증국사탑(보물), 원증국사탑비(보물) 역시 꼭 한번 찾아보라고 권하는 부부의 얼굴에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선함이 가득했다. 

 
이해숙, 박구한 부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유산이 최고의 인문학이다
    이해숙 씨는 답사를 다니면서 가장 큰 변화로 ‘남편과 동지가 되고 친구가 된 것’을 꼽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절절히 실감했다고 했다. 답사 초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문화유산이나 보물을 설렁설렁 보고 지나쳤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보이는게 생겼고 나중에는 나름의 심미안을 갖고 시대와 환경을 예측해 보는 눈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 것 또한 답사 여행의 소득이었다.
    “수많은 우리 문화유산, 유적지를 볼 때마다 무한히 예술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이 닥쳐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그 고난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느껴졌어요. 민족적 자부심, 긍지가 생기는 순간이었죠. ”
    이해숙 씨의 말을 박구한 씨가 이어 받는다. “문화유산에는 역사, 자연, 문학, 인물, 미술, 철학 등 인문학 중에서도 핵심적인 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문화유산은 반드시 알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알고 나면 풍요롭고 의욕이 넘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어요. 최고의 인문학이죠.”
    이해숙·박구한 부부의 답사여행이 의미가 있었던 이유 중에는 부부가 최초로 인증한 문화유적지가 9곳이나 됐다는 것이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명승), 신안 김환기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영암 월출산 용암사지 삼층석탑(보물), 고성 내산리 고분군(사적),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천연기념물), 통영 연대도 패총(사적), 소매물도 등대섬(명승), 태백산 천제단(국가민속문화재), 평창 백룡동굴(천연기념물)이 바로 그곳이다.
    부부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부부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접근이 어려운 곳을 앱에서 제외하고 추가로 새롭게 180곳을 더했으니 다시금 떠날 이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화유산 답사를 정리한 책도 준비 중이라니 부부의 문화유산 답사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국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난 후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정말 커졌습니다. 그래서 ‘내나라 문화유산 답사회(내문 답)’에 가입해 이론강의와 문화강좌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열정과 학구열이 넘치는 답사모임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문화유산에 대한 답사도 폭넓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유산 답사와 함께 제2의 삶을 시작한 이해숙·박구한 부부. 스쳐 지나가던 모든 문화유산에 인문학의 돋보기를 들이댐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