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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편집장 ‘박누리’

2023-03-23

문화 문화놀이터


다음 세대 기록인
월간 옥이네 편집장 ‘박누리’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에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글과 사진으로 지역을 기록하는 박누리입니다.
시시콜콜 시골 잡지 ‘월간 옥이네’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계시죠,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옥천은 오랫동안 지역 기록 매체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옥천신문’이 이미 있었어요. 저는 옥천신문사에서 먼저 기자로 근무하다가 2019년에 ‘월간 옥이네’를 발간하는 사회적기업 ‘고래실’로 오게 되었는데, 그 이전인 2017년 월간 옥이네 창간준비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죠. 당시에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휘발성을 대체할 말한, 지역을 심도 있게 아카이빙할 매체로서 잡지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영상을 비롯한 새로운 매체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다시 종이 매체인 잡지를 굳이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게다가 월간지는 현재 옥천 형편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고요. 처음 만들 때는 물론 그 나름의 당위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것에 뼛속 깊이 공감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래도 우리 지역을 더 잘 기록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었고, 결국 월간 옥이네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죠. 그 후로 2년 뒤에 옥천신문사에서 월간 옥이네 편집장으로 오게 되어 현재는 직접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월간 옥이네 편집장 ‘박누리’


직접 잡지를 만드시면서 매거진에 대한 창간 당시의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신문사에 근무할 때, 구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종이매체에 에너지를 다시 쏟는 것이 우려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월간 옥이네를 직접 만들고부터는 오히려 ‘종이매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겠구나’하는 믿음이 생겼죠. 오히려 유튜브 같은 매체가 그 분야에서 점점 더 성장할수록, 매거진만의 효용성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나 작은 지역일수록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보여주는 이 매거진의 기록이 일종의 공동체 구심적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거든요.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자면 구독자 중 한 분이 어느 날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데 판매하시는 분이 그날따라 불친절하셨대요. 예전 같으면 ‘이런 곳은 다시는 안 온다’하고 나오셨을 텐데, 그때는 ‘오늘 유난히 날이 더워서 힘드신가 보다’라고 생각하셨다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월간 옥이네를 보고 나서부터 바뀐 본인의 삶의 태도라고 하셨어요. 만드는 사람으로서 굉장한 감동이었어요. 예전에는 그 사람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어떤 단면만을 보았다면 지금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보려 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하려는 움직임들이 생겨나는 것이죠. 공동체를 다시 보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바로 월간 옥이네와 같은 지역 기록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느낀 계기였어요. 



 
기록을 시작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간다는 것은 매거진이 지역사회에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기록 활동이 편집장님의 인생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저는 옥천이 고향이 아니에요. 구미에서 태어나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옥천신문에 입사해서 옥천에 정착한 케이스죠.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이곳에서 많이 배웠고. 이곳에서의 생활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많이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해줬어요. 물론 명확한 답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생각은 이곳에 있는 동안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월간 옥이네가 독자분들에게 좋은 기록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의 취재원이 되시는 동네 주민분들에게도 좋은 기록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보는 경험이 사실 거의 없으시거든요. 그리고 그 이야기가 공적인 기록이 되는 경험은 더욱 없으시고요. 그래서 저희의 기록이 그분들의 삶에 저희가 바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존중과 찬사일 수 있겠다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그리고 그것이 제 개인의 삶에도 귀중한 의미를 부여하고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0년 전 그리고 또 5년 전의 나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거든요. 그것이 지식이 풍부해져 아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양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면에서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으로 편집장님이 생각하시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기록을 하는 이유는 ‘연결’을 위한 것이에요. 그 연결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음세대와의 연결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그 연결은 결국 ‘연대’를 위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TV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이유로 저희는 가능한 농민의 이야기를 담을 때도 ‘연대’를 위한 기록으로서 농민 중에서도 여성 농민, 소농의 이야기를 담으며 이를 실천하려고 해요. 이는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약자들에 대한 기록으로 나아가 그 대상을 사람이 아닌 생명의 영역으로 더욱 넓힐 수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월간 옥이네에서는 길고양이나 오래된 마을의 나무를 주제로 잡아 특집으로 기록하기도 했었어요.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그 기록이 바로 ‘연결’과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