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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더 풍성해지는 겨울

2022-12-06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연말특집
‘나눔’으로 더 풍성해지는 겨울
'사랑의 온기로 가득한 연말연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매일 치솟는 물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에 올 연말은 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보다 마음이 더 춥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온정이 모였는데, 올해는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냉랭한 연말이 될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런 노파심을 깨고 여느 해와 다름없이 추위를 녹이기도 남을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는 이웃들이 있어서 올겨울도 세상은 온기(溫氣)로 가득할 것 같다. 
맛있는 김장김치 비결은 ‘情’ 어려운 이웃을 위한 월동 ‘김장 나눔’
    “김장하GO(고), 나누GO, 봉사하GO, 꿈은 이루어지GO”
    집집마다 김장 담그기가 한창일 때 청주 운호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이 교복이 아닌 앞치마를 둘러맸다. 분홍색 앞치마가 왠지 잘 어울리는 남학생들의 칼질은 조금은 엉성했지만 사뭇 진지해 보인다. 지난 수개월 동안 학교 텃밭에 직접 심고 가꾼 배추와 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을 담그는 것이기에 더없이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체험이었습니다. 이번에 김장 나눔을 하면서 느낀 것은 행복은 함께 나눌 때 배가 된다는 것이었어요.”
    학생들은 이날 정성스럽게 담은 김장김치 100상자를 모충동 주민센터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달라며 전달했다. 

 
충북 적십자사김치 담그는 모습


    괴산군 장연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나눴다. 1학년부터 6학년에 이르는 전교생, 그리고 학부모도 참여한 ‘함께 나누고 어울리는 김장김치 체험’ 행사는 김장 담그기 뿐 아니라 가래떡 굽기 체험, 김치 시식 등 봉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어린이들이 직접 담근 김장김치와 준비한 떡국떡은 관내 마을회관 21개소에 전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고생한 간호사들이 김장나눔에도 발벗고 나서 귀감이 됐다. 전문간호인 단체인 괴산군 간호사회는 ‘나이팅게일 사랑의 김장 나누기’ 활동으로 절임배추 400kg(20박스)을 담가 정신병원, 요양원, 방문간호 대상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 50여 가구에 전달했다. 문미숙 회장은 “코로나 시대를 노인분들과 취약계층 분들에게 김장김치도 전달하고, 감염병 예방수칙과 건강관리법도 알려 드렸다”며 “앞으로도 보건의료 현장에서 전문간호인의 책무와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괴산군간호사회는 창립 이후 지역 내 불우이웃돕기, 장학금 지원, 사랑의 김장나누기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左) 장연초 김장 담그는 모습      右)괴산군 간호사회 "나이팅게일 사랑의 김장 나누기' 모습


    충북도청 여직원 모임인 목련회도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학대 피해 어르신들을 지원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한 사랑의 김치 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은희 회장은 “항상 바쁜 여건 속에서 봉사활동이 마음먹고 실천하기가 어려웠는데, 목련회를 통해 매년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목련회는 매년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봉사, 김장김치 나누기, 아프리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연탄성금, 어린이재단 학생 교복지원, 농촌일손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 외에도 해마다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김장나눔 봉사인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사랑애(愛) 김장나눔’과 충북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가 올해도 수많은 봉사의 손길과 후원단체들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충북농협 김장김치 나눔엔 고향주부모임, 농가주부모임, (사)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등이 대거 참여해 온정의 손길을 모았다. 지원물량은 1만 2천250kg으로, 1천225상자가 도내 취약 농가와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됐다. 
    200여 명이 참여한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김장나눔 행사를 통해선 6천520kg의 김장김치가 지역 내 취약계층 650여 가구에 전해졌다. 이날 쓰인 배추와 김장재료는 ㈜두진건설, ㈜홍익기술단,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가 후원했다. 
따뜻한 겨울을 배달합니다 연탄 한 장에 담은 ‘온기(溫氣)’
    “아이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죠.”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연탄배달 봉사를 나온 산성초 아버지회 사무국장인 조상록씨. 매년 11월, 산성초 아이들은 아빠들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연탄을 배달한다. 지난 11월 13일 진행된 연탄봉사엔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도 동참해 총 60여 명이 모여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날랐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누나와 형, 아직 취학 전인 어린 동생도 함께 데리고 나올 만큼 이웃사랑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여서 누구보다도 아빠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라고 한다. 
    청주 교동초등학교 아버지회도 이에 뒤질세라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소속된 엄마, 아빠들을 모아 연탄배달 봉사를 펼쳤다. 자녀들도 함께 참여한 이날 배달 봉사엔 총 500장의 연탄을 나누는 데 힘을 모았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기업인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도 겨울의 한기를 물리쳐 줄 연탄 나눔에 큰 몫을 했다. 매년 연탄 나눔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대원은, 올해 어려워진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낼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되고자 연탄 3천500장을 기부했다.
    이은희 ㈜대원 경영지원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그동안 봉사활동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는 어르신들을 직접 뵙고 전달하니 더욱 뿌뜻하다”며 “연탄이 스스로를 태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듯, 몸과 마음이 지친 주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천 기업연합자원봉사단도 제천시 종합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사랑의 연탄 나눔 활동을 펼쳤다. 이날 나눔 활동엔 기업연합자원봉사단 7개 기업 관계자 40여 명이 참여해 소외계층 14가구에 총 370만 원 상당의 연탄(3천100장)과 등유(4드럼)를 후원했다.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충북수출클럽도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청주시 사직동에서 실시했다. 올해는 충북중기청 직원 및 수출클럽 회원사 등 20여 명이 참여해 연탄 2천 장 및 후원금 150만 원을 청주시 사직 2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및 저소득가구에 직접 전달했다.
    음성군 소이면 ㈜현대건설기계도 소이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저소득가구에 6천 250장의 연탄을 기탁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매년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과 연말연시에도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을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다.
    단양군에선 단양읍 남성의용소방대가 지역 내 취약 대상 가정을 위한 연탄 기부 봉사활동으로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소방대원 11명은 지역 내 어려운 가정이 따듯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자며 조금씩 마음을 모아 최근 단양읍 상진리 일대 가정을 방문해 연탄 1천 장을 손수 전달하며 의용소방대의 봉사 정신을 실천했다.
    조동희 소방대장은 “대원들과 사랑의 연탄 기부 봉사를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며 따뜻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고픔을 달래는 든든한 한 끼 정성이 가득한 무료급식
    아침부터 침샘을 자극하는 고깃국 냄새와 맛깔난 김장김치가 한 상 가득 차려진 다락방 무료급식소. 쌀쌀해진 날씨에 딱 맞는 육개장과 후식으로 나눠 준 귤, 출출할 때 먹으라고 담아 준 두유까지 다락방을 찾은 어르신들의 두 손은 물론 마음도 풍성해지는 점심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던 무료 급식소들이 속속 재개하면서 그동안 무료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던 어려운 이웃들이 현장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대한적십자봉사회 충주지구협의회는 지난 3년간 중단했던 용산동 적십자봉사관 급식소 문을 열고,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을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한다. 
    청주 용암종합사회복지관도 지역 내 65세 이상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경로식당 무료급식과 독거 어르신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청주중앙공원 무료급식도 3년 만에 재개됐다. (사)어울림은 지난 11월 19일 대한건설협회 충청북도회와 청주 상당공원에서 독거노인 300여 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조국현?목애균 부부가 2009년부터 무료 짜장면 급식을 해온 ‘부부사랑터’도 코로나로 인해 2년동안 중단됐다가 지난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요.”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남을 위해서 짓는 밥 한 끼가 ‘행복’이라는 연규순 열린행복밥집 대표도 (구)거구장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급식을 한다. 평일엔 점심 영업이 끝난 1시 이후부터 무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연말이면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있다. 
    청주남성합창단은 매년 11월에 열리는 정기공연 입장료를 ‘라면 한 봉지’로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는 무료 공연활동도 하고 있다. 유병인 단장은 “합창으로 힘든 우리 이웃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해주고 싶다”며 “우리 공연이 나눔을 통해 정을 느끼는 기회가 바란다”고 말했다. 2005년 창단된 남성합창단은 트럭운전기사, 공무원, 병원장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을 가진 단원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박시종 무용단도 지난 11월 23일 무대에 올린 ‘2022 박시종의 춤-겨울날의 풍경’의 공연 수익금을 기부한다. 박시종 단장은 2008년부터 예술단체로서 사회적 기여와 역할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시작된 ‘겨울날의 풍경’ 공연의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