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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대상학생과 마을교육 활동가의 동행, 그 첫걸음 따라

2022-02-16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배움이 활짝
특수교육대상학생과 마을교육 활동가의 동행, 그 첫걸음 따라
'괴산증평의 특수교육대상학생들, ‘동행 프로젝트’로 마을과 만나다'

    누구나 그렇듯 특수교육대상학생들도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 학교, 마을, 지역사회 기관 등 환경의 영향을 서로 주고 받는다. 그것도 학령기 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특수교육대상학생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배움의 과정은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더 적합하게, 때로는 허용적인 관점에서 제공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코로나19 장기화 등 여러 요인들로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누려야 할 배움의 과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즐거운 수고로움’을 택한 사람들 
    특수교육대상학생이 마을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안전에 대한 우려, 비 장애학생에 비해 장애 유형, 특성으로 인한 개인적 요구가 많아 수업 준비와 실행과정에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특수교육대상 학생에게 마을 교육이 효과가 있겠냐는 무용론 등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들은 대체로 ‘효율성’이라는 가치로 귀결된다. ‘효율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고로움은 더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괴산 지역 마을교육활동가와 괴산행복교육지구, 괴산증평 지역의 특수교사들은 ‘동행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효율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위해 즐거운 수고로움을 받아들여 특수교육대상학생과 마을에서 2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지금부터 그들이 선택한 즐거운 수고로움과 새로운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모’와 함께하는 숲 놀이 축제 ‘숲에서 꿈꾸다’ -나무랑 드림(林)- 
    ‘나모’는 숲과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숲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산촌의 척박한 교육 여건과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고, 재미있고 신나는 숲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모인 공동체이다. 작년과 올해 모두 가을에 맞추어 특수교육대상학생들과 숲 놀이 축제를 운영했는데 축제 개최의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나모’의 마을교육활동가들이었다. 
    지역 내에서 마을교육과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며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안타까워했던 ‘나모’의 구성원들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그들의 속도와 호흡대로 충분히 숲과 자연을 느끼고 밧줄놀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만드는데 흔쾌히 동의하였다. 
    또한 특수교사들과 ‘나모’ 대표는 사전협의회를 거쳐 참여 학교의 특수교육대상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애 유형, 특성을 고려한 밧줄 놀이와 숲 놀이 프로그램을 구성하였고 밧줄의 높이와 간격, 안전장비의 강화, 장소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지도 방법 등 세심한 점검도 잊지 않았다.
    괴산행복교육지구도 차량과 강사비, 재료비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축제 참여학교 중 죽리초등학교는 증평에 소재하고 있어 괴산행복교육지구의 지원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함께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축제는 ‘숲에서 꿈꾸다’ -나무랑 드림(林)- 이라는 제목으로 괴산 연풍면 수옥정 숲놀이장에서 가을빛 깊은 날 개최되었다. 괴산과 증평 내 초등학교 5개교가 참여하여 슬랙라인, 알 서리, 바이킹 해먹, 짚 라인, 거미줄 놀이, 눈 감고 밧줄 따라 이동하기 등 나무와 밧줄을 이용한 ‘도전 활동’과 솔방울 정원 만들기, 자연물 판화 만들기와 같은 정적인 ‘예술 활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해먹과 텐트, 그림책들도 제공되었다. 특히 ‘햇님 밧줄놀이’는 모든 참여자가 여러 갈래로 이루어진 밧줄을 잡고 한 명씩 위, 아래로 태워주는 놀이인데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해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은 이번 축제의 의미를 이 놀이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나모 대표 마을교육활동가 임완준> 특수교육대상학생들과 함께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사전협의회도 해야 했고, 나무에 밧줄을 매는 과정에서부터 평소보다 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우리 ‘나모’ 선생님들은 ‘나모’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우리 지역의 특수교육대상학생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즐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지역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올해로 2년째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이지만 정기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해 나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원을 가꾸며 나와 이웃, 삶을 사랑하는 법 배우기 
    ‘괴산 트리하우스 가든’은 괴산군 불정면에 위치한 충청북도 5호 민간정원이자 괴산군 1호 민간정원이다. 또한 다양한 정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치유정원과 체험농장 그리고 정원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괴산 트리하우스 가든 역시 2년째 괴산증평 지역 내 특수교육대상학생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괴산 트리하우스 가든에 찾아와 정원에서 뛰어 놀면서 계절에 따른 변화를 느끼고, 식물의 이름과 색상, 모양 등을 익히며 다양한 정원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의 쓰임새에 대해 배우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활동의 마지막은 항상 ‘사람과 자연’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2021년 괴산 트리하우스 가든과 함께 체험학습을 진행한 특수학급은 5개교 총 6학급이다. 계절별, 월별 주제로 진행되는 수업 중 11월 수업은 이렇게 진행됐다.
    정원에 도착하면 수업 시작 전까지 정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찰한다. 이후 학습장인 ‘지혜의 정원’에 모여 ‘아멜리아 할머니의 정원’을 함께 읽고 이야기 속 등장인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 등을 나눈 후 정원으로 나가 큰 나뭇잎을 활용하여 씨앗 주머니를 만든다. 정원사 선생님들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가을에 볼 수 있는 열매나 나무의 색깔, 특징 들을 살펴본다. 계수나무의 향도 음미해보고 단풍나무의 색도 관찰해본다. 겨울에는 정원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보기도 한다. 다시 학습장으로 돌아온 후에는 열매로 과일청을 만들어 보고 씨앗 주머니와 함께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고 선물 포장까지 마친다. 
    이렇게 계절마다 진행되는 모든 수업은 ‘사람과 자연’으로 향해있다. 정원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잔뜩 담겨져 있는 정성스럽게 준비된 수업이기 때문이다. 



    <괴산 트리하우스 가든 대표 홍정의> 처음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학습을 제안받았을 때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도전적 행동이 매우 심하여 지역에서도 유명한 아이가 우리 정원에 와서 잠시나마 안정을 찾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남편과 함께 이 정원을 가꾼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업이 조금 힘들긴 해요. 많은 연습이 필요한 학생들이라 재료도 평소보다 더 넉넉하게 신경 써서 준비합니다. 그래도 이러한 수고로움보다 저희 정원에서 커 가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와 즐거움이 더 커요. 내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더 좋아져서 계절마다 학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칠성초등학교 교사 진정은> 특수교육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주로 지역사회 안에 있는 마트나 식당 등을 이용해보는 수준의 체험학습을 많이 운영하고는 했어요. 하지만 저희 특수교육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행 프로젝트’는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다양한 마을 교육 활동가를 연결시켜주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삶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멘토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년째이지만 마을교육 활동가들께서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기억해주시는 모습에서 그것이 그저 꿈같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속 가능한 동행을 위한 준비 
    특수교육대상학생과 괴산 지역 마을교육활동가와의 동행은 2년째로 이제 시작 단계다. 시작이 반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왕 시작이 되었으니 이러한 동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담당자나 정책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균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다수가 행복한 체계를 만드는 것, 유니버셜 디자인(보편적 설계)의 정신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아갈 괴산행복교육지구 마을교육활동가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만남을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