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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색의 교차, 매듭

2021-04-14

문화 문화놀이터


색(色)-깊이알기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색의 교차, 매듭
'매듭, 견고하게 엮은 색의 미학'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이상의 끈이나 줄을 이용하여 맺고, 엮고, 짜는 매듭은 규방공예 기법 중의 하나로 아름다운 문양과 형태를 만들어 복식이나 장신구, 장식품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끈이나 매듭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처음에는 물건을 싸거나 연결하는 등의 실용적인 목적으로 생겨났으나 점차 생활용품에서 장식적인 기능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면서 매듭은 화려한 문양과 곱고 아름다운 색깔의 조화로 한국의 미를 담은 멋스러운 제품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매듭, 견고하게 엮은 색의 미학
    조선시대에 매듭의 종류와 용도는 더욱 다양해져 실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었다. 영조 28년(1752)에 편찬된 궁중 의복관계를 다룬 『상방정례(尙方定例)』에서도 후수(後綬), 광다회(廣多繪), 세조대(細?帶), 유소(流蘇), 오색다회(五色多繪) 등에 쓰인 실의 양과 빛깔이 기록되어 있어, 궁중용 매듭과 다회의 수요가 매우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당시 풍속화가인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매듭과 술장식을 볼수 있다. 이 밖에도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엮은 『규합총서』에는 두루주머니에 갖은 매듭을 달았다는 기록이 있고 주머니 끈으로 사용되는 각종 매듭에 대해서는 동다회를 쳐서 도래매듭, 외귀매듭, 나비매듭, 방석매듭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급스러운 색깔의 영찬왕비 진주화첩문자수 향주머니에 달린 매듭(국립고궁박물관)

    끈목을 반으로 접어 두 가닥의 끈을 한 번씩 번갈아 움직여 맺으면 좌우가 대칭이고 앞뒤가 같은 형태가 된다. 하나의 매듭을 완성한 후 다음 매듭을 맺고 반복하여 술을 길게 늘어뜨려 장식하면 유소(流蘇)가 되며 끈, 매듭, 술 세 가지가 합쳐져 전체적인 색상과 문양의 조화를 완성한다. 매듭에 사용되는 주재료는 누에가 뽑아낸 명주실이다. 명주실을 정성껏 갖가지 색으로 염색해서 배색하고 여러 겹을 꼬아 끈을 짰는데, 이렇게 만든 끈을 다회(多繪)라 일컬었다. 다회(多繪)란 많은 실이 모여서 그림을 이룬다는 뜻이다.
    다회는 완성된 형태에 따라 크게 동다회(圓多繪)와 광다회(廣多繪)로 나눌 수 있는데, 동다회는 단면이 원형인 끈목으로 주로 노리개, 주머니 등과 같은 유소(流蘇) 장식에 많이 사용되었다. 광다회(廣多繪)는 납작한 평직인데, 좁게 짠 광다회는 장식품으로 많이 쓰였고 넓게 짠 광다회는 의복에대(帶)로 사용되었다. 
 
左) 화려한 색감을 담은 여친왕비 수복자문 자수 귀주머니 (국립고궁박물관)
中) <무신년진찬도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매듭 (국립고궁박물관)  右)여러 가지 색의 교차로 이루어진 영친왕비 삼적노리개 (국립고궁박물관)
 
화려한 색채의 조화와 벽사의 의미
    우리나라의 전통적 색채는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에 입각한 오방색(五方色)의 다섯 가지 색채로 가시적인 것보다 관념적인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음양(陰陽)이란 만물의 근원이 되는 상반된 성질로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화하는 우주의 법칙이며, 오행(五行)은 우주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요소가 천지만물의 생성·소멸을 좌우하고, 우주와 인간의 역사는 이것이 성하고 쇠함에 따라 지배를 받는다는 설이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동, 서, 남, 북, 중앙의 오방(五方)과 청, 백, 적, 흑, 황의 오색(五色), 목, 금, 화, 수, 토의 오행(五行) 등 천지만물에 의미와 질서가 부여된다. 색상에 있어서도 청, 백, 적, 흑, 황을 오행의 각 기운과 직결된 다섯 가지 기본색이라 하여 오방정색(五方正色) 또는 오채(五彩)라 불렀다.
    전통매듭에 사용된 색상 역시 음양오행사상에 근거한 오방정색, 그리고 정색(正色)의 혼합으로 생기는 간색(間色) 등 여러 색상이 사용되었다. 정색은 청, 백, 적, 흑, 황의 오색(五色)을 말하며 양(陽)이다. 간색은 정오색(正五色)의 배합에 의해 만들어진 색으로 벽(碧), 녹(綠), 유, 자(紫), 홍(紅)의 오색을 말하며 음(陰)이다. 
 
左) 적, 황, 청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대삼작노리개(국립중앙박물관)    中) 붉은색 단일로 만들어진 매듭을 볼 수 있는 광다회끼(국립중앙박물관)
右) 보라빛의 독특한 색을 자랑하는 세조대 (국립중앙박물관)

    이러한 오방색은 액(厄)과 역귀를 쫓을 때 사용되었고 오방색 중에서도 양기(陽氣)가 왕성한 적색(赤色), 청색(靑色)은 민간신앙에서 양귀법으로 사용되었다. 귀신은 양성이기 때문에 양성인 남자보다 여자에게 부착하는 수가 많고 거처도 광명이 잘 쪼이는 양지보다 음습한 곳에 있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우리 민속에 가장 많이 사용된 색채가 적(赤)이고, 그 다음이 청(靑)인 사실은 주술적 측면에서 볼 때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전통매듭의 상징이 있다. 매듭과 술에 사용된 색채는 주체가 돋보이도록 원색의 화려한 청색(靑色), 적색(赤色), 황색(黃色)을 많이 사용했다. 의복 색과 조화를 이룬 심미적인 장식성과 함께 화려한 색을 사용해 여러 사람의 시각에 노출시킴으로써 액(厄)의 접근을 막으려 한 것으로 벽사(?邪)의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양(陽)의 색인 적색은 밝고 화려하여 사람의 시각에 많이 노출돼 액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매듭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여인들의 장신구인 노리개에 사용된 강렬하고도 화려한 색채의 매듭과 술잔식은 의복에 분위기를 나타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고귀한 재료와 술에 사용된 현란한 원색들은 다채색의 의례 복식에서는 화려한 원색의 조화를 이루고, 담백한 평상복에서는 파격적인 색채의 조화로 부각된다. 전통매듭의 색상은 주로 적, 청, 황의 삼원색으로 구성된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3이라는 숫자는 양(陽)의 수, 즉 길상의 수이기도 하지만 세 가지 색상의 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작노리개의 예를 보면, 각각의 노리개마다 다른 색상을 사용하여 색의 조화를 의도한 것을 알 수 있다. 단색으로 구성된 매듭은 매듭이 달리는 주체와 어울리는 유사한 계열의 색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나, 반대로 보색을 사용하여 색의 대비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백색과 흑색은 생활용품과 장식용품에 사용되지 않은 특징이 있는데 이는 장식성이 강한 용품으로 화려함을 나타내고자 하는 관념에서 비롯되었다.  
 
左) 황실의 위엄이 느껴지는 붉은 매듭으로 장식한 고종비 명성황후 책봉 금보(국립고궁박물관)
右) 어보에 장식된 화려한 색까을 영조 추상시호 금보(국립고궁박물관)
 
예의와 격, 신분을 상징하는 매듭
    국가적 권위를 높여주는 예의와 격의 상징인 의장물은 위엄이 깃든 아름다운 장식들로 마무리 짓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소, 즉 매듭장식이다. 의장물(儀仗物) 중에서 권위와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어보(御寶), 즉 국새(國璽)와 영역의 ‘힘’을 보여주는 도검(刀劍), 등채(?策), 사명기(司命旗) 등에는 반드시 매듭과 술 장식 위 달려 있는데 주로 손잡이 쪽에 걸어 길게 늘어뜨린다. 절대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의장물들에 장식하는 매듭은 결국 이러한 절대 권위가 영원무궁토록 빛을 발하기를 기원하는 상징이다.
    매듭은 사용자의 신분을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남자들의 겉옷인 포(袍)에 두르는 세조대는 띠로 품계에 따라 색상을 달리하였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1품에서 3품은 홍색, 4품에서 9품은 청색을 띠도록 하였으며, 『조선왕조실록』 고종 21년에는 당상관의 띠는 홍색과 자색, 당하관은 청색과 녹색, 유생은 혁대를 사용하도록 한 기록이 있다. 이렇듯 원래 의복을 몸에 고정시킬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전통적으로 띠의 색은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장식물로 많이 활용되었다.
또한, 조선시대에 사용한 호패에도 신분 지위에 따라 끈과 술의 색깔에 차등을 두었으며, 가마에 장식하는 유소나 가마술 또한 사용자의 신분이나 용도에 따라 품격을 갖추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