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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기억의 소리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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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기억의 소리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

    40~50년 전, 부산 영도의 수리 조선소에서는 망치로 뱃전에 붙은 녹과 조개껍데기를 떼어내는 ‘깡깡’ 하는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그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고단한 인생이 서린 깡깡 소리는 이제 깡깡이예술마을로 남았다.


도시의 부흥과 주민의 애환이 공존하는 단어
    깡깡이예술마을이 있는 영도구 대평동은 예로부터 조선소 마을로 유명했다. 구한말, 조선의 황금 어장을 차지하기 위해 부산으로 건너오던 일본 어민들은 대평동 일대에서 풍랑을 피하며 어선을 수리하곤 했다. 그러다가 1887년 일본인 조선업자 다나카가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공장’을 설립하고, 이를 시작으로 해방 이전까지 영도에 무려 60여 개의 수리 조선소와 조선 관련 업체가 들어섰다. 해방 후에도 이곳 사람들은 자체 기술 개발에 힘썼고, 1970~1980년대 대평동은 수리 조선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선박·조선업과 수리 조선업에서만큼은 “대평동에서 못 고치는 배가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970~1980년대 깡깡이 작업은 높은 배에 매달려 해야 하는 데다 극심한 소음과 진동, 먼지가 동반되는 일이어서 모든 이가 꺼리곤 했다. 이 고된 일에 나선 이들이 바로 대평동의 중년 여성들이었다. 오직 자식을 위해 깡깡이 작업에 뛰어든 이들은 난청, 이명, 관절염 등 직업병을 얻거나 작업 중 낙상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200명에 달하던 ‘깡깡이 아지매’는 이제 10~20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오늘날 ‘깡깡이’라는 말이 마을 주민들의 근면함과 끈기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깡깡이는 1970~1980년대 대평동의 부흥기를 상징하는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고단했던 삶을 비유하는 역설적인 단어다. 2015년 대평동이 부산시 예술 상상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기억 속 영광과 슬픔을 동시에 간직한 단어 ‘깡깡이’가 ‘예술마을’이 됐다. 
 
01. 깡깡이예술마을      02. 깡깡이예술마을의 대표 뉴트로 명소 ‘양다방’      03.헨드리크 바이키르히 作 ‘우리 모두의 어머니’
 
마을을 둘러보면 예술이 보인다
    깡깡이예술마을을 둘러보려면 깡깡이안내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내센터에서는 마을 지도와 홍보 전단을 얻을 수 있고, 상주 직원에게 여행 팁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안내센터와 바로 붙어 있는 ‘신기한 선박체험관’을 구경할 차례다. 예인선을 활용해 조성한 체험관 안팎에는 다양한 예술가의 상상력 넘치는 작품과 시설이 조성돼 있어 이를 감상하거나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깡깡이안내센터에서는 육상 투어 프로그램과 해상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람선을 타고 깡깡이안내센터를 출발해 영도대교, 자갈치시장, 충무동 공동어시장, 산복도로, 수리 조선소 일대를 훑어보는 해상 투어 프로그램은 어른, 아이 막론하고 인기가 좋다. 모든 투어 프로그램은 주말에만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깡깡이예술마을 곳곳에는 벽화와 각종 전시물, 벤치 등 33점의 예술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공공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각 작품의 위치는 안내센터에서 얻은 마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깡깡이예술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는 독일 작가 헨드리크 바이키르히의 작품이다. 깡깡이 아지매를 묘사한 벽화는 대평동의 역사와 지역민들의 삶, 그리고 애환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을박물관 내부 모습

    거리의 예술 작품을 구경하며 대평로를 따라가면 깡깡이생활문화센터가 나온다. 문화센터 1층에 자리한 대평마을다방은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데, 직접 만든 음료와 디저트, 깡깡이예술마을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2층 마을박물관은 구한말부터 100여 년에 걸친 대평동의 발자취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물, 영상, 글, 예술 작품,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평동의 수리 조선업 역사와 그 시간을 살아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깡깡이예술마을에는 이 밖에도 ‘깡깡이마을공작소’가 마련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적산가옥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건물 일부를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했으며, 다채로운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깡깡이예술마을의 시설들은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휴관과 운영 재개를 반복하는 중이다. 방문하기 전, 마을 내 공간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깡깡이안내센터(051-418-3336)로 미리 연락해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시설이 휴관 중이더라도 곳곳에 공공 예술 작품이 있으니 주변을 산책하며 바닷가의 여유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조선소와 작업장 내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직장이자 삶의 터전이므로 너무 소란을 피우거나 사진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